파워 퀀트의 독일 여행

4. 실패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

by 파워 퀀트

마지막 글을 쓴 지 3개월이 지났다. 지난 글에서 실패에 관해 글을 쓴 이후에도 난 계속 실패를 했다. 이 실패들을 차분하게 바라보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그동안 나는 실패라는 감정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나에게 실패란, 퀀트로서,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돈을 잃었을 경우다. 프로그램을 설계할 땐 분명 돈을 벌 수 있으리라고 자신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호언장담했다. 나는 나름대로 수학을 써서 (수학은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힘이 강하다) 사람들에게 내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모두들 기대감에 차, 내 프로그램이 하루빨리 적용되기를 기대했다.


Screenshot 2025-01-19 085255.png 가까이서 보면 거부감이 든다

이 모델은 오로지 차트만 반영했다. 가격이 오르면, 이 모델은 계속 기다리다가 최고점 부근에서 판다 (Sell). 다시 가격이 계속 내려갈 경우, 계속 기다리다가, 최저점 부근에서 산다 (Buy). 나는 이 논리를 수학으로 표현하도록 노력했고, 내 나름대로 설계를 마쳤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돈을 잃었다. 나는, 분명 일어날 법한 상황들을 고려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차트에 최고점은 없는 경우다. 가격이 계속 오르기만 하는 경우, 최고점은 없다. 한 번쯤은 가격이 내려간다고 나는 가정했으나, 현실은 내 가정을 비웃었다.


나는 내 모델이 돈을 잃었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그러나, 나를 믿었던 동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사실이 나에겐 더 큰 고통이었다.

밝은 얼굴로 어떤 동료가 나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하면,

"민호, 네가 만든 모델 요즘 수익을 내고 있어?"

나는 그의 눈을 외면한 채

"글쎄.. 지켜봐야지"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성공은 과장하고 실패는 감추는 비대칭적인 모습을 나는 나에게서 보았다.


이렇게 3개월을 나는 계속 지켜봤고, 돈을 잃을 때마다 모델을 계속 수정해 어떻게든 수익을 내려고 노력했다. 자발적으로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을 했지만, 항상 결과는 나에게서 멀어졌다. 나는 상당히 예민해져 있었고, 그 동료들도 더 이상 나에게 말을 쉽게 걸지 못했다. 나는 내가 탈모에 걸렸는지 가끔 머리를 만지는 습관이 이때 생겼다. 나는 고독한 방에서 나 자신과 끊임없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 글을 쓰기 일주일 전, 나는 회사 전체 대화방에, 내 모델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누구도,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많은 노력을 들였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으리라.


모델을 종료한 후, 나는 지금까지 미뤄왔던 내 다른 업무들에 집중했다. 쌓이고 쌓였다. 그러나, 밀린 업무들에 치이면서도 나는 선뜻 자유를 느꼈다. 회사에 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동료들과 점심을 먹는 여유를 갖기 시작했다. 실패를 감추기보다는 당당히 대면하는 용기가 나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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