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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이력서#18] 월급 + @

대기업이 평생 밥 먹여주나요?

by 다소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면,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될까요?


공공기관 계약직을 벗어나 대기업 정규직으로 처음 입사했을 당시의 저라면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했을 겁니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꽤 괜찮은 월급이 들어오는 삶. 그것은 제가 그토록 바라던 삶 그 자체였으니까요. 새로운 회사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동료들로부터 인정받으며 제 역할에 만족하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월급이 미래의 나를 지켜줄 수 있을까?’


회사에서의 내 가치는 ‘나’라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회사의 시스템 안에서 발휘되는 것입니다. 회사를 떠나는 순간, ‘대기업 직원 다소’이라는 명함의 힘도 사라집니다. 월급이라는 파이프라인 하나에만 의존하는 삶이 어쩌면 가장 불안정한 삶일지도 모른다는 자각. 그때부터 저는 ‘월급 + 알파(α)’를 만들어낼, 회사 밖 또 다른 나를 찾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첫 번째 시도: 내 몸을 갈아 넣는 주말 부업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 청소년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도 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소통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은 제가 바로 할 수 있는 일이었죠.

저는 주말을 이용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자연 체험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 강사로 활동했습니다. 아이들이 흙을 만지고, 식물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활동을 진행하는 일은 즐거웠습니다. 제 전공 지식과 경험을 살릴 수 있었기에 큰 어려움 없이 프로그램을 이끌 수 있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본업에서는 채울 수 없는 새로운 보람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체력’이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회사에서의 긴장감을 견디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뒤 맞이하는 주말. 제게는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쉬는 대신, 부업 현장으로 나가 몸을 써야 했습니다. 주말까지 쉼 없는 노동이 더해지자, 제 체력은 급격히 방전되었습니다.

일요일 저녁, 녹초가 되어 침대에 누우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내 시간과 체력을 갈아 넣어서 버는 돈이, 과연 지속 가능할까?’ 그것은 결국 또 다른 형태의 ‘노동 소득’ 일뿐, 제가 꿈꾸는 진정한 ‘플러스알파’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 방식으로는 결코 경제적, 시간적 자유를 얻을 수 없다는 한계를 깨달은 쓰라린 경험이었습니다.


두 번째 모색: 경험을 파는 ‘진로 멘토’의 길

첫 번째 주말 부업을 경험해 본 뒤, 저는 제 관점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나의 시간을 파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자산을 활용하는 것’으로요. 저는 저의 가장 독특한 자산이 바로 제 ‘경험’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제 이력서를 떳떳하게 내밀지 못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전문대 자퇴, 지방대 졸업, 공공기관 계약직까지. 그리고 어렵게 이뤄낸 대기업 이직. 남들처럼 탄탄대로를 걷지 못한 제 길은 스스로에게는 콤플렉스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니, 이 삐뚤빼뚤한 길이야말로 방황하는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청년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실패한 경험으로 성공하는 법’이라는 주제로 취업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저의 자퇴 경험, 계약직으로 일하며 느꼈던 설움, 그리고 대기업의 문을 뚫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콤플렉스 그 자체였던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 고마운 청년들


강연장에 앉아 있던 청년들의 빛나는 눈이 저를 바라보던 순간을 저는 잊을 수 없습니다.

저의 흑역사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저의 실패담이 누군가에게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돈 이상의 짜릿한 보람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일 역시 명확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보람은 컸지만, 이것 또한 제가 직접 강단에 서서 제 시간을 써야만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였습니다. 제가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제한되어 있었고, 제 몸은 하나뿐이었습니다. 또 유명한 강사가 아닌 저에게 부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잦은 강연기회가 주어지지도 않았죠.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진정한 시스템 소득을 만들기 위해서는 ‘강의’라는 형태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세 번째 탐험: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을 것

두 번의 경험을 통해 저는 좀 더 지속 가능한 부업의 방향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을 것’. 그렇게 저는 지금 여기, 브런치스토리에서 저의 경험을 적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이 ‘지방대 졸업생 이력서’ 시리즈가 그 첫 번째 실험입니다. 강의는 휘발되지만, 글은 남아서 제가 잠든 사이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을 만납니다. 나의 경험을 콘텐츠로 만들어두는 것. 이것은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영향력을 확장하는 새로운 가능성이었습니다.

아직 저는 새로운 도전의 초입에 서 있는 탐험가일 뿐입니다. 어떤 길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두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플러스알파’를 찾아 나선 이 여정이 단순히 돈을 버는 행위를 넘어섰다는 점입니다. 회사에서의 역할에만 갇혀 있던 저의 정체성을 확장하고, 세상에 나의 가치를 증명할 또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회사 밖, 또 다른 나를 찾는 여정. 그것은 불안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설렘과 자기 발견의 과정이 되었습니다. 나의 이력서 18번째 줄은, 그렇게 월급이라는 안전지대를 넘어, 스스로의 힘으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돛을 올리기 시작한 한 직장인의 도전기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19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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