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캐피탈]EP09-각본의 예언가

by 다소


인터뷰 전날 밤, 김민준은 자신의 왕국이자 감옥인 반지하 원룸에서 홀로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제습기 돌아가는 소리가 웅웅거리며 방 안의 눅눅한 공기를 휘저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것은 행인들의 발목과 어지럽게 버려진 담배꽁초뿐이었다. 그는 이 지긋지긋한 현실의 한복판에서, 내일 펼쳐질 가장 화려한 거짓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인터뷰가 아니었다. 이 방을 탈출할 유일한 티켓이 걸린, 인생 최대의 도박이었다.


그의 노트북 화면에는 수십 개의 브라우저 탭이 열려 있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성공적인 CEO의 7가지 습관'이라는 아티클, 실리콘밸리 유명 VC인 폴 그레이엄의 블로그, '비저너리 리더십'을 주제로 한 TED 강연 스크립트. 그는 천재들의 사상과 문체를 조각내어 자신의 말처럼 보이도록 재조립하는 디지털 고물상이었다. '시장의 패러다임', '파괴적 혁신', '기업가 정신'. 온갖 그럴듯한 단어들을 조합해 그만의 복음을 만들었다.

그는 냉장고에서 유일한 친구인 소주를 꺼내 병째 들이켰다.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알코올의 화끈함이 잠시나마 '나는 사기꾼이다'라는 자기혐오를 마비시켰다. 그는 곰팡이가 핀 벽지의 얼룩을 향해, 마치 김영진 기자가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혼자 중얼거리며 밤새도록 연기를 연습했다.


"저의 유일한 스승은 시장 그 자체였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퀴퀴한 방 안을 낮게 울렸다. 그 모습은 처절하면서도 기괴했다.

인터뷰 당일 아침, 그는 낡은 세면대에서 찬물로 세수를 하고, 금이 간 작은 거울 앞에서 면도를 했다. 그리고 어젯밤 렌탈샵에서 찾아온 '톰포드' 수트를 조심스럽게 꺼내 입었다. 낡은 티셔츠와 추리닝을 벗고, 몸에 완벽하게 맞는 수트를 입는 순간, 그는 반지하의 김민준에서 투자 전문가로 변신했다. 그는 현관문을 열고 나가며, 다시는 이 지긋지긋한 공간으로 돌아오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먼저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는 회의실의 모든 것을 직접 배치했다. 테이블 위에는 고급 생수 에비앙 두 병을 올려두었고, 자신의 노트북 화면에는 누가 봐도 복잡해 보이는 데이터 시각화 그래프(물론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이미지 파일이었다)를 띄워놓았다. 무대 장치는 완벽했다.


잠시 뒤, 김영진 기자가 약간 상기된 얼굴로 회의실에 들어섰다. 그는 높은 층에 위치한 회의실의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강남의 전경에 감탄했다.


"와… 여기 정말 전망이 엄청납니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 민준은 완벽한 거짓말을 준비해두었다.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응수했다.


"아, 저희 본 사무실은 지금 바로 아래층에서 확장 인테리어 공사 중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기자님과 조용히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일부러 오늘은 이쪽 회의실을 예약했습니다."


이 대답은 모든 논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민준의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최고의 카드였다. '사무실이 없다'는 약점을 '사무실을 확장 공사 중'이라는 자랑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김 기자는 역시나 감탄했다.


"아, 확장 공사 중이시군요! 역시, 사업이 정말 잘되시나 봅니다."

김기자는 민준이 이미 성공한 사업가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곧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대표님, 사실 업계에서는 대표님을 '혜성처럼 나타난 천재'라고 부릅니다. 대표님의 성장 배경, 소위 말하는 '오리진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민준은 준비한 각본을 읊었다.


"저는 제도권 금융이 만들어놓은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았습니다. 저의 유일한 스승은 시장 그 자체였습니다. 월스트리트의 격언과 실리콘밸리의 논문을 파고들며, 저는 시장의 거대한 흐름 아래 숨겨진 패턴을 읽는 법을 독학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혹시 그런 대표님의 철학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준 특별한 멘토나,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을까요?"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지만, 민준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즉흥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거짓말을 만들어냈다.


"오래전, 아주 젊었을 때, 단 한 번의 잘못된 투자로 모든 것을 잃은 경험이 있습니다. 월세 낼 돈도 없었죠. 바로 그 반지하 단칸방에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시장은 숫자가 아니라, 인간의 공포와 탐욕이라는 감정으로 움직인다는 것을요. 저는 그때 모든 것을 버리고, 기술이 아닌 인간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반지하'라는 단어를 자신의 입으로 뱉는 순간, 그는 묘한 쾌감을 느꼈다. 가장 치욕적인 진실의 조각을, 가장 성공적인 거짓말의 재료로 써먹은 것이다. 김 기자는 그의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했다. 그는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게 홀로 시장과 싸우시면서, 외롭지는 않으셨습니까?"


민준의 각본에 없던 질문. 그는 잠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침묵했다. 그 침묵은 고뇌하는 천재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연출되었다. 그는 자신의 진짜 고독감을 재료로, 가장 위대한 거짓말을 하기로 결심했다.


"외로움이라… 글쎄요.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산악인이 정상에서 느끼는 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고독이라고 하더군요. 남들이 보지 못하는 풍경을 보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할 대가 같은 것이겠죠. 저는 그것을 외로움이 아닌, 특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김 기자는 감동으로 넋을 잃었다. 그는 서둘러 민준의 말을 받아 적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김 기자는 민준의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민준은 강남의 마천루가 내다보이는 창가에 서서, 고뇌에 찬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가의 모습이었다.


상기된 표정은 김 기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돌아갔다. 그가 떠나자마자, 민준은 회의실 의자에 주저앉았다. 온몸의 근육이 풀리고, 수트는 땀으로 축축했다. 두 시간 동안 완벽한 타인을 연기한 대가는 극심한 정신적 탈진이었다. 그는 회의실에 딸린 작은 화장실로 가 세면대에 찬물을 틀고 얼굴을 처박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낯설었다.

그는 창밖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단지 인터뷰에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 판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공포와 자기혐오를 밀어내고, 달콤하고 위험한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래, 이건 연기가 아니야. 나는 기자도 완벽하게 속였어. 저들이 믿는다면, 그게 진실이 되는 거야. 어쩌면… 이것이 진짜 나일지도 몰라.'


그 순간, 그는 사기꾼의 경계를 넘어, 자기 자신의 거짓말을 믿기 시작하는 진짜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10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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