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캐피탈]EP10-성공의 맛

by 다소


김영진 기자의 기사는 월요일 오전 6시 정각에 '테크 인사 이트'의 메인 페이지에 걸렸다. 김민준은 밤을 꼬박 새운 채, 자신의 반지하 방에서 노트북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내 기사가 나타났을 때, 그는 잠시 숨을 멈췄다.


'[라이징 스타] 김민준 대표, "시냅스 알고리즘으로 K-콘텐츠의 미래를 예측하겠다."'


기사의 메인에는 그가 강남의 마천루를 배경으로 고뇌에 잠긴 듯 서 있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었다. 그의 입으로 뱉었던 모든 거짓말들이, 이제는 활자의 권위를 입고 진실 행세를 하고 있었다. '시장의 스승', '반지하에서의 깨달음', '경쟁이 아닌 창조'. 그의 모든 각본이 한 편의 완벽한 영웅 서사로 재탄생해 있었다.

기사 링크는 '불개미 군단'을 넘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전문직 소셜네트워크 '링크드인'으로까지 퍼져나갔다. 그의 페르소나는 이제 그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의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의사, 최 원장이었다. 목소리는 이전의 탐색적인 톤과 달리, 다급함과 경외심이 섞여 있었다.


"김 대표님! 기사 잘 봤습니다! 역시 제 눈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투자 건, 3억 원 바로 집행하겠습니다. 혹시… 다음 라운드에도 제가 참여할 기회가 있겠습니까?"


잠시 후, 부동산 사업가 박 사장에게서도 문자가 왔다.

'5억. 내일 오전 중으로 입금하겠네. 기사 보니 믿음이 더 가는구만. 나중에 저녁이나 한번 하지, 김 대표.'


그날 오후부터, 한소희의 명의로 된 대포통장에는 돈의 홍수가 시작되었다. 스마트폰 뱅킹 앱의 푸시 알림이 1초에 한 번씩 울렸다. 500만 원, 1천만 원, 3천만 원… 현실감 없는 숫자가 화면에 찍혔을 때, 민준은 현기증을 느끼며 벽을 짚었다. 통장 잔고는 순식간에 수십억을 넘어섰다.


그 돈으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악연을 끊어내는 것이었다. 그는 백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 장소를 통보했다. 이번에는 퀴퀴한 사채 사무실이 아닌, 시그니엘 호텔 라운지였다.

뒤늦게 나타난 백 사장이 어색하게 자리에 앉자, 민준은 아무 말 없이 스마트폰으로 1억원의 원금과, 그가 요구한 것보다도 많은 이자를 송금했다. 그리고 송금 완료 화면을 그의 눈앞에 보여주며, 차갑게 말했다.


"이것으로 저희 사이의 모든 거래는 끝난 겁니다."


백 사장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이, 김 대표. 너무 서운하게 그러지 마. 이야, 우리 동생 아주 큰물이 됐네, 큰물이야. 이 형님이 옆에서 댐이라도 튼튼하게 지어줘야 안심이 되지 않겠어? 앞으로 자주 보자고."


그 눈빛은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음을 예고하고 있었지만, 민준은 일단 그 순간의 권력과 해방감을 만끽했다.

다음으로 그는 자신의 과거를 폐기했다. 그는 반지하 방으로 돌아가, 유일하게 가치 있는 물건인 노트북과 손목의 롤렉스 시계만을 챙겼다. 먼지 쌓인 책상 위, 낡은 액자 속에서 부모님이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액자를 뒤집어 놓은 채 방을 나섰다. 김민준의 비참했던 삶의 모든 증거를 그곳에 남겨둔 채, 그는 미련 없이 현관문을 잠갔다.

그는 곧장 강남의 한 부동산으로 향해, 자신이 그토록 거짓말해왔던 바로 그 오피스텔의 가장 비싼 로열층을 계약했다. 그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갑옷을 사러 갔다. 그는 한소희가 일하는 명품 매장으로 향했다. 동료 직원들 앞에서, 그는 소희에게 직접 자신의 스타일링을 부탁했다.


"소희 씨가 골라주는 걸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고 싶은데. 오늘 여기서 제일 특별한 손님이 되어볼까."


그는 더 이상 수트를 빌려 입지 않았다. 그는 톰포드, 제냐,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가장 비싼 옷들을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소희의 동료들은 수군거렸다.


"저 사람이 소희 남자친구래. 어디 회사 대표라는데, 완전 영앤리치야."

그들의 부러움과 질투 어린 시선 속에서, 소희는 그의 완벽한 연인이자 스타일리스트 역할을 수행하며 최고의 행복을 느꼈다. 계산대에서 찍힌 천만 원이 넘는 영수증은 그의 성공을 증명하는 훈장과도 같았다.

그날 저녁, 민준은 소희를 자신의 새로운 오피스텔로 초대했다. 이삿짐 하나 없는 텅 빈 공간에 들어선 그는 잠시 압도당했다. 반지하의 익숙한 압박감이 사라진 자리에, 낯선 광활함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는 왕이었지만, 텅 빈 성에 홀로 남겨진 왕이었다. 잠시 후, 소희가 도착했다. 그녀는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서울의 야경을 보고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였다.


"와… 민준 씨… 여기가 이제 우리… 아니, 민준 씨 집이야? 꿈만 같아."

민준은 그녀를 뒤에서 조용히 안아주었다. 느껴지는 그녀의 온기와, 통장에 찍힌 수십억의 잔고, 그리고 발아래 펼쳐진 도시의 불빛을 보며 생각했다.


'이것이 성공의 맛이구나.'


모든 것이 진짜 같았다. 그녀의 눈물도, 도시의 야경도, 그의 심장 박동도. 그는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그는 자신의 거짓말이 창조해낸 이 완벽한 현실 속에서, 처음으로 희열에 가까운 행복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제 시작일 뿐이야, 소희 씨."


그의 눈은 창문에 비친 자신의 공허한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화려한 야경 위로, 그의 엑셀 장부에 적힌 수백 개의 붉은 셀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성공의 맛은, 그가 삼켜버린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재료로 만든, 달콤하고 치명적인 독이었다.


[11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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