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자라니..암밍아웃..변화

조직검사 결과부터 첫 진료까지 피말리던 시간(6.12~6.17)

by 챙미

2. 암환자가 되다.


조직검사 결과를 들은날이 6월12일. 목요일.

그날밤 오만가지 검색을 다한 기억이 난다.

1. 침윤성 유관암 : 가장 흔한 형태의 유방암으로 주변 조직으로 침투하는 성지을 가지고 있음

2. Tubule Formation 3 : 관 형성 정도로 종양세포가 관형태로 조직되어 있는 정도를 나타냅니다. "3"은 종양의 분화도가 낮다는 것으로 종양이 더 공격적일수 있다는 의미임.

3. 핵등급 : 3, 핵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불규칙한 형태를 가지며 세포의 악성도가 높고 예후가 좋지 않을수 있음.

"이 진단은 공격적인 형태의 침윤성 유관암을 나타내며 재발가능성이 높고, 치료계획 수립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소견을 바탕으로 의사와 상담하여 최적의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생이 언니는 체력이 좋으니 더 뻗치고 그런걸지도 모른다고 안좋은 놈 같다고 한다. 난 그냥 예약해놓은 발리 여행은 못가는건가..빨리 치료가 되는건 아닌가...갈피를 못잡았다. 검색창을 다 돌린 결과, 표준치료가 정립이 되어 있으므로 어디든 빨리 첫진료를 받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뒤지고 뒤져서 7월18일인 국립암센터 예약을 6월17일로 옮겼다.


일단, 첫진료를 잡으니 안심이 됬다.

수의사인 남동생이 다녔던 병원이 원장님이 유방암을 치료한 경험이 있다고 하여, 그분(감사합니다. 홍현정 원장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슬픈 와중에 빵터진 조언은 "누나 원장님이 눈썹문신얘기만 하셔. 의술이 좋아져서 걱정 넘하지 말라고하고"


"지금 누나분이 너무 무섭고 혼란스어울거거든요. 요즘은 의학기술이 좋아서 하라는대로 하면은 오래 살려주신다고 하니까. 원래 생명보다 10년 더 살수 있대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게 있는데요. 누나분은 분명히 항암제를 쓸거란 말이죠. 근데 항암제를 쓸때 머리가 빠지잖아요. 그래서 저는 항암제 쓰기 일주일 전에 머리를 밀어버렸거든요. 머리 빠지는게 너무 슬퍼서요. 근데 그것만 대비하면 안되구요. 더 중요한게 속눈썹이랑 눈썹이에요. 그거는 보통 대비를 못하거든요. 그러니까 항암제 쓰기 2주전에 미리 눈썹 문신을 하고 가야해요. 그걸 꼭 얘기해주세요."


아 슬픈 와중에 너무나 현실적인 조언에 그만 웃음이 터졌다. 그래 이런식으로 접근해야 치료하나보구나.

눈썹문신을 알아보는 알아보던 중에, 친한 직장동료 동생의 전화가 왔다.


"언니, 내가 엄마아빠 암만 10년 넘게 간호했자나. 나 진짜 암이라면 할말 많아. 언니 지금 인터넷 검색하면 온갖 나쁜 얘기만 들어올거야. 근데 그거 진짜 케바케이고 사람마다 진짜 달라. 항암해도 우리엄마는 너무 잘지내셨고 체력도 좋게 유지하셨어. 언니는 더 잘할걸? 그리고 부작용도 인터넷에 나온것처럼 나오는 사람이 있고 아니 사람도 있고 머리도 항암제마다 달라서 안빠질수도 있어. 눈썹문신 하는거 좋고 치과치료도 미리 받아두면 좋아."

아, 이런 현실적인 조언에 힘이 되는 말이라니. (고마워 지선아. 진짜 난 널 알게 된게 인생의 행운인듯)


6월17일 예약을 잡아둔 상태에서 6월13일 금요일 눈썹문신과 치과 치료를 다 받았다. (혹시 모르니..) 주변에선 역시 빠르구나. 감탄..


6월 17일 첫 진료.


아침 8시 첫순서로 예약을 잡고 아침 일찍 가서 기다렸다. 종합병원 대기줄이 어마어마하다는 검색의 결과로 인해 긴장하고 미리 갔다. 문병인 교수님은 산타클로스처럼 생기신 분이었다. 2기 아님 3기추정이라고 적어주시고 치료 과정의 개요를 설명해주시더니, 생활수칙 7가지를 적어주셨다.

1. 긍정적 마음 갖기, 감사

2. 운동은 1주일에 다섯번 이상, 한시간 이상 땀나게

3. 균형식 골고루 먹기(물 8컵, 청국장)

4. 숙면 : 하루 7시간 이상 푹자기

5. 휴식 : 한번쉴때 충분히 쉬기

6. 웃기(파안대소): 하루 10번이상 소리내서 웃기

7. 봉사 : 일일일선.


"살 수 있습니다. 고칠 수 있어요". 이 말에 엄마는 크게 안도하셨다. 진료당일인 6월 17일에는 혈액, 소변 등 검사, 촬영, 심전도 등을 하고 가래서 하고 왔고 그 뒤로 MRI, CT, 뼈검사 일정을 잡아 주셨다. 최종 검사결과를 보고 수술여부를 6월 26일에 알려준다고 했다. 수술이든 항암이든 29일 입원하여 30일에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자고 하셔서 마음이 편해졌다. 다만 겨드랑이를 만져보니 부은거 같은데 조직검사 때문인지 전이된 건지는 좀 더 봐야할거 같다고 하셨다.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MRI나 CT를 한번도 안찍어보다니...처음 검사를 받으며 후회했다. 건강염려증이 있는 신랑은 "나는 많이 찍어봐서 알아. MRI 찍으면 시끄러운 소리 엄청 날텐데. 그거 못하겠다고 뛰쳐나오는 사람도 많아"라 말을 했지만 나는 머 아무생각이 없었다. 앞으론 주기적으로 이런거 받아야겠다 생각했을뿐.


검사 과정은 수많은 검색을 통해 읽어보고 가니 낯설지는 않았다. 그냥 기다리는게 지루했을뿐. 언제까지 기다려야하지...지루한 과정이 반복됬다.


6월 26일 최종 검사 결과를 듣는날까지도 검색을 너무 많이 해서 상상까지 했었다. 온코 검사 하자면 해야지 아 나 항암 패스했으면 좋곘다. 바로 수술하면 얼마나 좋을까. 삼중음성만은 아니였으면. 이런저런 생각으로 떨리는 마음으로 신랑과 교수님 앞에 앉았다.


첫 진료당시 너그럽고 인자하게만 보이던 교수님 얼굴이 굳어져있었다. 한동안 말이 없고 계속 PET CT 사진만 보며 "왜 겨드랑이에 보이지? 조직검사 해야하나" 중얼거리셨다. 나는 생각보다 시꺼멓게 보이는 부분이 많아서 당황했다 머지? 다른 기관에도 전이된건가..그건 피하고 싶은데.


교수님이 나는 ER, PR, HER2가 다 없는 삼중음성 유방암이라고 하셨다.2기 중기로 B에 해당하나도 하면서 KI 67 지수가 80-90으로 진행이 빨라서 바로 항암을 해야한다고 요새는 키트루다가 나와서 CR 비율이 60~70%에 달한다고 하셨다.


그냥 얼떨떨했다. 하긴 머 암이란 얘기 들을때도 머 내가 암인거 예상하고 들은게 아니자나. 내가 그런 타입이라는데 받아들여야지. 암이라는데 받아들여야지.

교수님이 질문있냐고 물었다. 아 실비 보험 있냐고도 물으셨다. "네 있어요. 치료하다보면 KI 지수가 바뀌기도 하나요?" "그렇지 KI가 높아서 진행이 빠른것도 있지만, 항암제가 잘들을수도 있다는 소리니까. 나중에 가서 보면 낮아지기도 해요."


29일 첫입원을 하고 항암을 진행하기로 하고 첫 진료를 마쳤다.


수술을 바로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내 몸뚱아리에 있는 암세포 하루라도 빨리 떼어버리고 싶었는데. 그리고 바라면 안됬지만 수많은 항암 패스 사례를 읽으면서 나도 그랬음 좋겠다 바랬었는데.


"삼중음성은 HER2, 에스트로겐 호르몬수용체,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수용체 3가지 모두 없는 유방암이다. 표적항암제가 안듣기 때문에 표준치료는 독성이 강한 화학항암치료 위주로 이뤄진다. 암이 공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뇌전이도 잘된다. 전체 유방암의 15~20%를 차지하고 전이되면 5년 생존율이 12%에 불과하다. 재발률이 높고 발병연령이 젊은 편이다"


나 그 와중에 발병연령이 젊다는 말에 좋아하고 있네? 왼쪽 겨드랑이도 조직검사해보자고 하셨다. 와 진짜 좋은 소리가 하나도 없구나. 인자하던 교수님 얼굴도 딱딱하게 굳어 보였다.


병가를 내고 휴직을 할 생각에서, 키트루다 치료비용 얘기에 걱정이 앞섰다. 아 검색의 연속.

오늘밤은 키트루다 비용이구나. 가족들이 니가 지금 돈걱정할때냐고 치료를 어찌할지 생각해야하지 않냐고.

진단비 나온거 다 치료비용으로 때려넣고 생활비도 들어가는데 모자라겠네 생각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속절없이 신랑은 참치집에 가잔다. 오늘 대기하느라 힘든 하루였다고 너 이제 치료받으면 회 못먹으니

참치회를 먹자 하고 소주를 시킨다. 너는 술이 들어가냐? 부글부글. 너 술마시는거 때매 나 암걸린거야. 라고 쏘아붇이고 그 앞에 앉아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빨리 집에나 들어가고 싶었다.


나는 삼중음성 유방암이야. 나는 키트루다를 써야한대. 선항암을 8회 하고 경과를 보고 수술을 하고 후항암을 9회 해야한대. 모든 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중간중간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아 이 놈의 성격때매 내가 암에 걸린건가. 마음을 편히 먹고 치료에만 집중하라 소리가 안들린다. 주변의 위로와 격려도 안들린다.

내가 다 알아야해. 아 3지망으로 붙은 다군 의대를 갈걸 그랬어. 내가 이렇게 아플줄이야. 주변에 아픈사람 있으면 진짜 의대 가고싶은 욕구가 뿜뿜 하겠네. 그때는 의료사고 같은거에 엮이면 골치아프다고 엄마가 말렸고 나도 그렇게까지 가고싶은 마음이 없어서 나군 소위 말하는 서울대를 고른건데..(부모님의 희망사항이기도 했고. 나 자신의 허영심도 있었다.)


믿을건 인터넷 정보다. 집에가서 그렇게 나는 키트루다와 삼중음성 검색을 미친듯이 하기 시작했다. 29일 첫입원, 30일 첫항암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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