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엄마

자식이 암에 걸린다는 건...

by 챙미

두 아이의 엄마로,

내 옆에서 잠든 아이들 얼굴을 볼때마다

아이들이 안아프고 내가 아프게 되어서

다행이다란 생각이다.


처음엔 물론 왜 내가 암이야.란 생각에 무지

괴로웠다. 진단을 받은 2025년 6월은 몇리터의 눈물을 쏟아냈을까 모른다. 지금도 지나치게 슬픈 얘기는 건드리지 않으려 애쓰는 중이고...

그러다 아이들이 아프면 내 맘이 어떨까 생각으로 옮겨지고..


그런 얘기를 엄마한테 한 적이 있다.

엄마 그래도 건강하게 애를 낳고 암에 걸려서 다행이야. 엄마 애들이 아픈거보단 나은거 같아.


엄마는 바로 내 맘이 니 맘이야. 내가 걸려야지 왜 니가 걸리냔 말이야.


차마 암이란 말은 부모님한테 못꺼냈다.

아빠는 자다깨서 일어나 통곡을 하셨다고 한다.

항암을 하고 온날은 스테로이드제때매

날밤을 새게 되는데(말똥말똥)

이럴때 슬픈 생각이 나서 큰일이다.


엄마랑 병원에 간 첫날이 생각난다. 의사를 만나기전에 엄마는 바들바들 떠셨다.

대기실의 대부분이 모녀지간인데, 주로 엄마가 암이지 나처럼 자녀가 암인데 보호자로 부모님이 온 경우는 드물었다.


사실 결혼전에 암 조직검사를 받아본적 있어서 그때랑 비교가 더 됐다.

수십년전 엄마는 온갖 사례를 다 읽고 조직검사 결과를 들을때 병원에 같이 동행했다. 암이면 바로 큰.병원으로 간다고 암센터 예약도 다 한 상태로 말이다. 그때는 모양이 암모양이라고 초음파때 말도 나왔던 때라 엄마는 초죽음이 되서 오셨고..의사가 양성종양입니다라고 말을 하자, 수십번도 넘게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젊을수록 진행이 빠르고 사망율이 높다는 말을 듣고 아마 온갖 생각을.다 하고 오셨기 때문이었을.것이다.

그날 엄마는 내 자취방으로 와서 방정리를 지시하셨다. 새로 태어난 느낌으로 건강관리를 하라는 뜻이었다. 인스턴트 식품과 라면 술 등은 다 버리고 핸드폰도 멀리하라고 하셨다. 청소를 하면서도 어차피 난 암이 아닌데 왜 저렇게 놀라시지란 생각을.했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둘을 낳았다.

이번에는.조직검사를 울산에서 하고 나 혼자 결과를 들었다. 엄마는 통곡을.하는 아빠를 나무라셨다고 한다. 애를 살려야할때에 왜 울고있냐고 지금 울때냐고.


엄마는 6월부터 9월인.지금까지도 하루종일 유방암 유튜브를.보신다.

좋다는 건 다 도입하시고 토마토를 갈고 장어뼈를 고아서.탕을 만들고...그러다 녹초가 되서 유방암 유튜브를.틀어놓은채로 잠이 드신다.


그러다가도 그래도 니가 집에 있으니 애들도 좋아하고 김서방도 좋아하고 니 아빠도 좋아하고 다 좋아한다. 나도 좋아.


응 엄마 살면서 전환점을 주신거.같아 내가 이렇게 지내본적이 없자나. 왜 하필 나야라 생각한적도 있지만 그래도 애들보단 내가 낫다는.생각으로 좋아.


우리 모녀는 좋은점만 잘 본다. 그러면서 위기가 오면 실마리를 풀려고 애쓰고. 엄마랑 나는 걷기 운동을 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계획을.하고.실천을.한다.


나는 항암을 잘받는게 목표야라고 말하면

엄마는 나는 너랑 운동해서 이참에 5키로를 감량하는.목표를 가질거야라고 말하고..


엄마, 엄마가 없으면 내가 버틸수 있었을까.


둘째를.임신했을때 이혼할까 고민하던 나한테

무슨 소리냐고 둘째를 낳아보라고 너는 막강한 힘을.가질거라고 말하고

애를 어찌.키울지 고민할거 하나 없다고

내가 키워줄게. 너는 울지마라고 말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세월이 흘러 진짜 그렇게 됬고 그때 고민했던 것이 무색하게

둘째는 애교쟁이가 되어서 나의 치료제가 되었다.


울산서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지금은 둘째 옆에 누우면 천연수면제처럼 잠이 솔솔 오는데

10번 웃으라는 의사 조언을 보고 나를 하루에 10번씩 웃기려고 그토록 애를 쓰는

이 아이때매 지금 내가 살아 엄마.

고마워 그때 그렇게 말해줘서.

난 그시절 너무 어리석었어.


엄마 내가 불효하고 있지 지금.

순식간에 100점짜리 딸에서

장애를 얻은거 같아.


근데 있지 엄마 나 꼭 나을게

나아서 더 건강해져서

지금 불효한거 평생 갚을게

그럴라면 내가 훨씬 건강해져야해 그래서

엄마아빠 아파도 내가 다 간병하고 돌볼게.


그래 얼렁 낫자. 니가 아프다니

사는게 재미가 없다. 나도 다른일을 해도 재미가 없고 니가 낫기만을. 기다린다.


(무슨 불효겠냐만은 엄마랑 병원을 가면 좋은 소식을 듣고, 신랑이랑 병원을 가면 죄다 항암지연이 되서 행운의 인형처럼 엄마랑 병원을 다녔었다)


피곤한 엄마 미안해요 ㅠ

낮항암도 꽤 길어서 번갈아가며 침대를 쓴다.

요새는 저녁 운동도 같이^^


사랑해요. 엄마는 살빼고 나는 항암 끝내서 내년엔 건강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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