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빠는 왜 예술을 해?
예술은 나를 위함인가 그네들을 위함인가. 나는 무얼 만들고 있나. 무얼 하고 있나.
나의 자식들아 나의 아버지가 되려니. 아버지는 나의 자식이 되시렵니까. 그저 돌고 돌아 다시 내가 되시렵니까.
채우고 또 채우다 보면 갈증은 사라집니까? 그러다 보면 뭔가가 나온답니까?
밑 빠진 독에도 파도가 치나요. 물은 흘러 흘러 돌아오는데, 나는 왜 항상 같은 자리에 있나요. 영겁의 세월은 이 문제를 풀어주려나요. 우린 이 세상 속에 영영 갇혀버린 건가요. 혹여 말 많은 제게 질려버린 건가요. 그만, 그만하렵니다. 무의에 맡기렵니다.
참을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온다. 아마 휴일이 너무 길었던 게다. 의미 없는 웃음이 많아진다. 작은 일에도 웃음이 헤퍼진다. 내 안의 모든 걸 다 짜낸 걸까. 삶에 의미가 없다면, 예술이 무슨 의미인가. 내 모든 걸 짜내봤자 그걸로 무엇을 할 수나 있을까. 그저 감정을 어루만지는 위로에 불과한가. 죽지 못해 사는 불치병자에게 투여되는 진통제에 지나지 않은가. 예술은 모르핀인가, 예술은 알코올인가, 예술은 니코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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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쓴 글이잖아. 곱씹게 돼. 그냥 이렇게 한동안 슬퍼하고 조금씩 하품하며 눈물을 짜내고 나면, 좀 나아지려나. 그냥 적응하고 살아갈 거야. 분명 그럴 거야. 그리고 다시 어느 날. 이 슬픔 그대로 다시 찾아오겠지. 그때의 나는 그럴듯한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단 한 번도 하지 못한 그 대답 그때는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