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 촉진하는 밤 』 (김소연)
* 선생님 댁 벽난로 앞에서 나는 나무 타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족히 오십 년은 되어 보이는 나무 의자에 앉아서 눈을 감고 나무를 검게 태우는 불을 응시하니 빨간 점이 희미하게 생기고 위치를 여기에서 저기로 옮기며 빨간 점이 나를 유혹했다 그렇게 잡기 놀이에 빠져 스르르 잠이 들었던가 선생님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잠들었니? 밤이 너무 깊어 돌아갈 수 있을지 염려되는구나 나는 나무 타는 소리와 선생님의 목소리가 닮았다고 생각했다 잠의 요정을 부르는 소리 선생님 목소리는 깊고 무거워서 잠이 와요 애들이 얼마나 조는지 아세요? 숨어서 몰래 턱이 낙하하는 소리를 아세요? 그 소리는 모과가 낙하할 때 공기 가르는 소리와 모과가 바닥에 부딪어 멍 생기는 소리를 닮았다고 말했다 나무 타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선생님? 몸의 힘이 모조리 빠지고 나무 의자의 삐걱대는 소리에 몸이 놀라 눈을 떠 고개 돌리니 선생님이 동백꽃 새겨진 찻잔을 뒤꿈치 들고 연한 향 뿌리며 살금살금 나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선생님 댁 나무 의자에서 일어나 적당하게 온기 담긴 찻잔을 두 손으로 받았다 향이 좋아 몸을 녹이고 여기서 자고 가거라 깊고 무거운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고 선생님을 향해 옅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내 집에는 선생님 댁 벽난로와 꼭 닳은 벽난로가 있었다 모과가 떨어지는 겨울에 나무를 태우고 나무 의자에 앉아 깊고 무거운 목소리에 잠을 청하는 내가 있었다
* 「흩어져 있던 사람들」 (김소연) 첫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