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을 빌려, 2] 부활

시집 『 촉진하는 밤 』 (김소연)

by 검은개

* 며칠 후에 나는 서울에 간다.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영하이니 내복을 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털 신발을 신을 것이다. 손난로가 필요하다. 털모자도 필요하다. 털장갑도 사야 하나? 북극에 가는 것도 아닌데 너무 과한가? 몇 배는 춥다고 했다.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달동네로 올라가고 아래로 떨어진다고 했다. 백에 열은 그런다고 했다. 한강은 한스러운 강이라고 했다. 또 무엇이 필요할까? 편지를 써야 한다. 편지지가 없다. 봉투도 없다. 연필은 있다. 버스 타고 다섯 시간을 가야 하니 버스 안에서 먹을 달걀을 삶을까? 사이다도 사자. 물티슈도 필요할 것 같다. 다 기억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목록을. 그리고 며칠 후에 내가 서 있을 대교를 찾아야 한다. 그 대교에는 ‘죽지 마세요’가 적혀 있다. 그 글을 보고 죽지 않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세금 낭비다. 마지막 포즈를 생각한다. 웅크리지 말고 어깻죽지를 펼치고 막 태어난 부엉이처럼 최상위 포식자가 되어 떨어질 것이다. 부활할 것이다. 며칠 후에 나는.


* 「며칠 후」 (김소연) 첫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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