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을 빌려, 3] 얼음 왕국

시집 『 촉진하는 밤 』 (김소연)

by 검은개

*너는 들어오지 마-


시간이 흘렀다.

아이에게 손이 덜 가는 시간쯤.

발가락이 시렸다.

미간의 주름에 누워 잠수를 했다.

숨을 참을수록 살아있었다.


네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는’은 누가 만든 보조사인지 궁금했다.

‘그는 들어와도 되는데 너는 들어오지 마-’

말한 적 없는 그의 얼굴을 만들고 목소리를 주었다.

들어오지 말라던 너의 목소리와 그의 인중이 닮아가고 그를 향한 증오로 새로운 너를 만들었다.


그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키가 작았다. 그는 목소리가 얇았다. 그는 다리가 짧았다. 그는 손가락 마디가 굵었다. 그는 머리칼이 적었다.

그는.

그는.

그는.

그가 살아났다. 살아나니 징그러웠다.

찾기를 멈추었다.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너는 들어오지 마-


너를 닮기로 했다.

내 발등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썰매를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얼음에 갇힌 잉어의 뻐끔거리는 입술이 하얬다.

속옷을 마저 벗자

드디어 너를 닮아가는 것이 좋았다.

숨을 쉬어도 죽을 수 있었다.


* 「들어오세요」 (김소연) 첫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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