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을 빌려, 4] 얼음 식물

시집 『 촉진하는 밤 』 (김소연)

by 검은개

*열이 펄펄 끓는 너의 몸을

너에게 배운 바대로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느라

밤을 새운다


새삼스레 이마의 곡선을 따라간다


콧등을 오르고 코끝에 다다라서

인중을 내려다보고 창백한 입술이

너무 가까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작은 햇살도 가지지 못한 방에서

전기장판에 누워

골방에 서식하는 얼음 식물과

대화를 나눈다고

너는 말했었다


얼마나 다행이야

호-호- 입김을 불수록 자라는 게

죽지 않고 말이야


짧은 이불 밖으로 튀어나온

너의 발이 보인다

헤진 잿빛 양말과 발목의 구분이 흐릿하고

뿌리 같았다

추울수록 자라는 깊게 박히는


뜨거운 물이 금세 식고

식은 물을 다시 데우고

굳은 수건을 데운 물에 넣고

너무 뜨겁지 않게 차갑지도 않게

대화를 잃은 너의 몸을 매만진다


이상하게도

얼음 식물이 나에게

말은 건 것도 같다

펄펄 끓는 너의 몸에서 곧

꽃이 피겠구나


이불을 당겨

드러난 발목을 덮어 준다


* 「촉진하는 밤」 (김소연) 첫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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