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 촉진하는 밤 』 (김소연)
*이 시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났다;
**우리의
허약함을 아둔함을 지칠 줄 모름을
같은 오류를 반복하는 더딘 시간을
이 드넓은 햇빛이
말없이 한없이
북돋는다
길을 자주 잃는다
초행길도 아니고 복잡하지도 않았다
한 달 전에 갔던 길인데 길이 보이지 않고
다른 길로 들어가 다른 곳으로 가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다가
그러다가 급하게 핸들을 돌린다
잃음의 반복은 나를 수월하게도 했으나
나를 당혹스럽게 만든 날도 있었고
핀잔을 들을 때면 잃어버린 것을 생각하며
골똘히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지치기도 한다
당분간 연락하지 말자는 그녀의 말에
그녀를 잃었던 시간이 미래가 되고
더디게 흘러가 또
길을 잃는다
초행길이 아닌 것을 새벽이 되면 깨닫는다
바닥이 드러났는데 바닥에 있는 것이 메마른 줄기라니
드넓게 펼쳐진 죽은 벌판 위에 하얀 새가 서 있다니
이 길은 더디게 흘러갔지만
간혹 나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러다가 서로를 안기도 한다
같은 오류를 반복하면서
같은 길을 매번 잃어버리면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지도가 없는데 지도를 찾듯
그녀는 찾는다
그러다가 없는 길을 달려가기도 한다
길은 원래 끝이 없었고
오직 우리만 남았는데 그 길 위에
잃고 찾고 잃고 찾고 반복하는 우리가
더디게 골똘히
걸어가고 있다
*「이 느린 물」(김소연) 첫 문장
** 「촉진하는 밤」(김소연) 마지막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