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로 알아보는 식물 분갈이하는 법
오늘도 개미는 뚠뚠이 아니라 오늘도 식집사는 뚠뚠이다! 혹시나 '쟤 지난번 식테크로 돈 번다는 거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하시는 분들을 위해 살포시 인증 먼저 하고 지나가겠다. 글의 진정성을 위해서!
이건 식테크로 벌어들인 1월 당근마켓 수입이다. 예전에 거래한 구매자님과 채팅으로 비공개 판매한 것 등을 합치면 이것보다 수익은 조금 더 된다. 계절상 삽목이 어려운 비수기(한여름과 한겨울)라서 그렇지 봄가을엔 그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주로 화원에서 팔지 않는 희귀 식물을 키워서 그런지 내 식물은 인기가 많아 올리자마자 판매가 되는 편이다. 당근마켓에 올리는 식물 대부분은 내가 삽목을 해서 번식해 판매하고 있다. 가끔 키우다 싫증 나서 내놓는 경우를 빼놓고는 말이다.
얼마 전 당근마켓에서 조금 특별한 식물 거래를 한 경험이 있어서 적어보고 싶다. 이 식물은 흰 줄무늬 달개비다. 번식이 쉬워 당근마켓에 자주 올리다 보니 우리 동네 식물 키우는 사람들은 이미 나에게 하나씩은 다 사간 모양이다. 처음엔 고가에 올려도 잘 나가더니 이제는 가격을 내리고 내려 3천 원에 올려도 잘 안 나갔다. 그런데 이날은 웬일로 밤에 구입한다는 연락이 왔다. 그것도 우리 아파트 주민이었다!
그런데 구입 의사를 밝히신 분께서 특별한 제안을 한다. 본인이 갖고 있는 화분에 분갈이를 해서 판매하면 안 되냐는 제안, 물론 소정의 금액은 더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순간 망설여졌다. 이런 케이스는 한 번도 없었을뿐더러 얼마를 받아야 할지 감이 안 왔기 때문이다. 또한 일단 귀찮았다. 날 잡고 분갈이가 필요한 내 식물을 싹 한 번에 해버리는 건 어려운 게 아니었지만 돈 몇 푼 더 벌자고 그분 화분을 받아와서 내 흙과 시간을 투자해 심고 다시 드리고...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3천 원짜리 식물 하나 판매하자고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하지만 그분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을 때, 이 식물 하나를 키우기 위해 분갈이흙을 구입하고 흙먼지 뒤집어써가며 할 줄도 모르는 분갈이를 위해 진땀 흘려야 할 텐데, 내 초보자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 거절하는 건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깐의 고민 끝에 분갈이를 해서 드리기로 했다. 어차피 나는 분갈이에 이골이 난 사람이라 10분이면 작은 화분은 금방 분갈이할 수 있다. 하지만 단지 귀찮고 부담된다는 이유만으로 거절했다면 아마도 식물을 판매할 수 없었을뿐더러 소액이긴 하지만 분갈이라는 부수입을 올릴 수 없었겠지. 그분은 그분대로 마음이 상했을 테고 말이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 사시는 분이라 우리 동 앞에서 화분을 받기로 했다. 일단 그분이 주시는 화분을 받아야 식재가 가능하니까. 화분은 예쁘고 화려했지만 식집사인 내가 선호하는 종류는 아니었다. 난 식물이 자라기에 좋은 토분이나 통풍에 좋은 플라스틱 슬릿분을 선호하는 편인데 그분의 취향도 존중해야 하니까 기꺼이 여기에 식재를 해서 드리기로 한다. 어차피 초보자도 키우기에 무난한 식물이라 이 화분을 사용해도 별 문제 될 건 없어 보였다.
분갈이를 위해 일단 깔망을 잘라 구멍을 막는다. 깔망은 다이소에서 천 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그리고 마사토를 하단에 깔아 배수를 좋게 만든다. 사실 내 식물이라면 마사토는 사용하지 않겠지만 많은 분들이 마사토를 필수품처럼 중요시 여기는 것 같았다. 당근 거래할 때 구매자 몇 분이 화분 위에 마사토를 왜 안 올렸나 밑에는 깔았냐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번엔 대중적인 방법으로 분갈이하기로 한다.
그리고 펄라이트와 상토를 섞어서 밑에 좀 깔아준다. 분갈이흙을 뭘 사용하냐고 물으신 분들이 많은데 상토와 펄라이트만 사용해도 웬만한 분갈이는 다 할 수 있다. 상토는 온라인이나 화원 등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분갈이 흙이라고 보면 된다. 하얀색 동글동글한 펄라이트는 진주암, 흑요석 따위를 부순 다음 1,000℃ 안팎에서 구워 다공질로 만든 것인데 상토와 함께 섞어서 분갈이하면 좋다. 다만 분갈이할 때 식물에 따라 흙 배합이 중요한데 과습에 약하고 배수가 중요한 식물일수록 펄라이트의 함량을 늘려주면 된다. 펄라이트 크기도 대립, 소립으로 주문 시 선택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상토는 소량의 비료성분이 함유되어 있으나 비료가 없는 상토도 있다. 그걸 무비상토라고 부르는데 무비상토는 분갈이 흙으로 적당하지 않다. 비료성분이 없어 식물 생장이 더디기 때문이다. 온라인 주문할 때 실수하지 않게 무비상토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구입해야 한다.
짜잔! 예쁜 화분 옷을 입혔더니 인물이 살아난다. 역시 옷이 날개다. 구매자분이 궁금해하실까 봐 사진을 전송하고 두세 시간 후에 뵙자고 했다. 물이 빠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그때쯤이면 괜찮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참고로 화분 맨 위에 마사토(자갈 같은 거)를 덮으시는 분들이 있는데 나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걸 올리면 물을 언제 줘야 하는지 파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육안으로 겉흙 마른 정도를 보고 물을 주는 나에게는 마사토는 장애물일 뿐이다. 사실 식물 생장에도 도움이 되지도 않고 말이다.
이젠 만나서 식물을 전해드릴 시간이 다가왔다. 행여 화분 밑으로 물이 샐까 봐 비닐봉지에 넣어주고 또 잎이 구겨질 까 봐 넉넉한 박스에 넣어준다.
영하 날씨에는 잠깐 사이에도 식물이 냉해를 입을 수 있다. 갖다 드리는 사이에 냉해를 입을까 봐 보온재도 덮어준다. 이 정도면 포장은 나름 완벽하다. 겨울철 식물 거래는 택배든 직거래든 신경 쓸게 참 많다.
내 정성을 알아주셨을까? 구매자분께서 사진까지 첨부해 친절한 후기를 남겨주셨다. 게다가 내가 듣기 좋아하는 달콤한 외모 칭찬까지 곁들여져 기분이 더 좋았다. 우리 집에선 처치 곤란 식물이었던 녀석이 그 집에선 괜히 더 돋보이고 예뻐 보인다. 있을 때 더 예뻐해 주고 사랑해 줄걸 후회도 된다. 식물을 분양 보내는 식집사의 마음은 때로는 이렇게 애틋하다.
다음번에도 당근 거래 에피소드와 함께 찾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