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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늘을 본 게 언제인가요?

by yeonwoo


마지막으로 하늘을 본 게 언제일까.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가 계속되면 일주일이, 한 달이 정말 너무 빨리도 지나가는 것 같다. 하루는 24시간인데 그 시간 동안 나의 일정은 아주 간단하다. 알람 소리에 깨서 씻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한다. 9시부터 12시 반까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일을 하고 짧은 한 시간 동안 주린 배를 채우고 정신 차려보면 점심시간은 어느새 끝나간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또 몇 시간을 정신없이 일을 한다. 핸드폰을 보며 여유를 부릴 시간도 없이 바쁘게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나 있을 때도 많다. 6시에서 7시 그 사이쯤 퇴근을 하고 만원 지하철에 다시 몸을 싣고 집으로 향한다. 지하철에서 내려 15분을 걸어야 집에 도착하는데 그 짧은 15분이 유일하게 내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이다.


자주 하늘을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름에는 해가 길어서 퇴근길에 붉게 젖은 노을을 볼 수 있다. 가끔 노을이 유독 예쁜 날에는 멈춰 서서 사진을 여러 장 찍기도 한다. 얼마 전에도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가다가 우연히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예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몇 장을 찍었는지 모르겠다. 언제부터인지 내 사진보다는 하늘이나 예쁜 풍경 사진을 많이 찍곤 했는데 나중에 다시 꺼내보지도 않으면서 한 번 찍기 시작하면 족히 열 장은 넘게 찍는다. '우와 예쁘다.' 하며 하늘 사진을 찍기는 하지만 딱히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라든지,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든지 하는 감정은 딱히 없었던 것 같다. 그냥 하늘이 예쁘면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들었을 뿐.


그날도 사진을 다 찍고 다시 집으로 가려는데 내 옆에 많은 사람들이 서서 나처럼 노을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잠시 생각했다. '사람들은 휴대폰 액정 속에 있는 하늘만 보고 있네.' 방금까지 나 역시도 그러고 있었는데도 그런 사람들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휴대폰을 주머니 속에 찔러 넣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 뒤에 서서 붉게 젖은 하늘을 다시 바라보았다. 꽤 오래 바라보았다.


노을이 예쁘거나 구름이 예쁜 하늘을 보면 왜 사진을 찍고 싶어지는 걸까. 휴대폰 속에 가둬두고 나면 다시 꺼내보지도 않을 텐데. 잘은 모르지만 그런 하늘이 내게 심심한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닐까.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 숨 고를 틈도 없이 삭막하게 흘러간 내 하루에 나도 모르게 숨통이 트이는 순간이 아닐까. 그런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 휴대폰부터 꺼내 드는 건 아닐까. 머리가 아플 정도로 속이 시끄럽다가도 하늘을 올려다보면 왠지 모르게 멍 해지는 기분에 아무 잡생각도 들지 않게 되는 것은 사실이니까. 머리를 비울 수 있는 유일한 휴식 시간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올려다본 것은 언제인가. 혹시 기억에 없다면 그런 잠깐의 여유도 내게 허락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나에게 쉼을 준 것은 언제인가. 그것마저 기억에 없다면 내일은 하늘을 올려다보자. 굳이 시간을 낼 필요도, 돈을 쓸 필요도 없다. 그냥 걷다가 잠시 멈춰서 고개만 들면 된다. 하늘은 늘 그 자리에 있다. 내일은 출근길에, 퇴근길에 언제든 하늘을 올려다보며 쉬어갈 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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