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by 친절한 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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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 속에는 수정체 주머니를 눈 속에 붙들어주는 작은 거미줄이 있다. 섬모체 소대 (조뉼, zonule)라고 하는 구조물인데, 수정체를 눈 가운데 붙들어 주는 역할도 하고 멀리와 가까이가 모두 잘 보이게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그런데 그 끈은 정말 약해서 수술 중에 손목 힘을 살짝만 잘 못 주어도 끊어져버린다. 끈이 끊어지면 수정체는 눈 가운데 위치하지 못하게 되어 시력에 큰 불편함을 유발하고 큰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우리가 보고 생활하고 책을 읽고 하는 모든 시각 생활을 지름이 0.1mm도 안 되는 이 작은 끈이 떠 받치고 있는 셈이다.


지구를 밖에서 보면, 얇은 대기 층이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품고 있다. 밖에서 바람이 한 번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달걀로 치면 껍질 두께도 안되는 대기는 그 안에 모든 생명을 담고 있다. 강력한 태양풍에 대기가 날아가지 않으려면, 지구가 큰 자석 역할을 해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지각 운동이 있어야 하고, 지각 운동이 있으려면 지구 중심에 뜨거운 용암이 흘러야 한다. 지금 우리가 숨을 들이쉬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이 중에 하나라도 깨져 나간다면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들은 우주의 진공으로 흩어지게 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상은 많은 것들의 아슬아슬한 균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행복도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은 사실은 많은 조건들의 조화이고 수 많은 사람들이 쏟은 노력의 하모니다. 어디든 노력들을 연결하는 미약한 고리가 깨어져 나가면 곧 바로 큰 불편함이 생기고, 많은 비용을 들여야 원래대로 돌아가게 된다. 몇 일만 전기가 안들어오면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아파트에서 화장실 물이 내려가려면, 누군가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물을 높이 퍼 올려놔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누리는 평온함이 얼마나 많은 것들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주위를 돌아봐야 한다. 내 주위에 나를 있게 해주는 많은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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