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 와 비판적 사고

by 친절한 손원장

얼마 전 아내가 아이 교육에 관한 고민을 하던 중 GPT에 질문을 하는 것을 보았다. 아이 교육이라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데, 이와 관련한 의사 결정을 하는데 있어서도 인공 지능의 도움을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 만큼 인공 지능은 어느새 우리의 삶에 깊숙히 들어와 있다. 아내는 GPT의 답이 왠만한 교육 전문가보다 낫다며 칭찬 일색이다. 기술 발전에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인공 지능의 깔끔한 답변이 불편한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나는 내가 속한 세대가 인공 지능의 시작과 발전을 목도한 세대였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 30~40대라면 핸드폰의 등장과 거기에 딸려 있던 소위 ‘멍청한’ 인공지능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얼척 없는 대답을 하기도 하고, 정작 묻는 말에는 죄송합니다를 남발하던 초창기 인공 지능들은 조롱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쓸모 없다는 불편감과 더불어 인공 지능은 사람의 지능을 넘을 수 없다는 안도감을 함께 주었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은 무슨 질문을 해도 언제나 그럴 듯한 답을 내놓는다. 그리고 스스로 학습하며 점차 그 답의 정확도를 올린다. 물론 이들이 이렇게 발전한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그 태동에서 ‘멍청한’ 모습을 봤던 우리는 마음 한편이 불안하다. 언제고 틀린 답이 나올 수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이들이 하는 말을 있는 그대로 믿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 세대는 어떻게 될까? 처음부터 완벽에 가까운 답을 주는 GPT에 익숙한 세대는, 인공지능이 ‘틀릴 수 있다’ 라는 생각을 못 할 수 있다. 비판적 사고가 실종된 다음 세대 인간들은 인생에 중요한 결정을 모두 GPT에게 미뤄버릴 지도 모른다. 중요한 결정을 앞둔 누군가에게 “찬찬히 생각 해봤어?”가 아니라, “GPT 에게 물어봤어?” 가 질문이 되 버릴까 두렵다.


생성형 인공 지능은 인간 사유의 반사판으로써 기능해야 하지, 절대 인간 사유를 대체해서는 안된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리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그냥 살아있는 유기물 (organic material)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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