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마다 커피를 내려서 먹는다. 습한 날씨가 이어졌는데 커피 찌꺼기를 며칠 비우지 않고 놔뒀더니, 초파리가 그새 거기에 알을 까서 구더기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처음에는 화들짝 놀라서 커피 찌꺼기를 버리고 기계를 박박 씻었다. 내가 이 기계로 계속 커피를 마셔도 되나? 혹시 지금까지 내가 마신 커피에 구더기 알이 있었을까? 하는 꺼림칙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가라 앉히고 커피를 내리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가 언젠가 죽어서 내 몸이 커피 찌꺼기처럼 되면, 저들이 내 몸을 먹고 자라게 되지 않을까? 그럼 과연 내 몸은 쓰레기이고 지저분한 것인가? 그들 또한 자연계의 사슬에서 곤충과 동물을 거쳐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그럼 나도 결국 잠시 몸을 빌려 쓰고 있을 뿐 언젠가 그들과 마찬가지로 무로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물론 당장 먹는 커피에 구더기 알은 없겠지만, 이미 내가 마시는 커피에는 수십 억년을 거듭해 수 많은 생명체를 거쳐왔던 물 분자, 단백질 분자가 있다. 예수와 나폴레옹의 폐에 들어갔던 산소의 일부를 지금의 내가 마시고 있다. 내 몸의 일부는 그 옛날 공룡이었을 수도, 그 보다 이전에 파리나 지렁이였을 수도 있다.
나는 커피를 음미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나에게 들어오고 나에게서 나가는 모든 것들을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