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정치적인 편견을 심어주면 안 된다

2024년 1월 작성

by 친절한 손원장

아이들과 독립기념관을 놀러갔다가, 우연히 초등학생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한 아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대통령은 친일파야. 그 사람은 이런데 오지도 않을 거야” 그 아이가 과연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고찰하고, 스스로의 사고를 통해서 ‘지금 대통령이 친일파이다’ 라는 명제에 다다르게 되었을까? 본인의 부모로부터 주입된 생각이 아이의 뇌리에 박혀 버렸을 가능성이 더 크다. 저 불쌍한 아이는 스스로를 극복하는 부단한 노력이 없다면, 향후 한 쪽 눈을 감고 세상을 바라보는 처지가 된다.


어렸을 때 한 번 박힌 생각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들 일색인 환경에서 태어났던 나는, 애초에 나에게는 정치적인 결정권이 없다고 생각했다. 기울어진 시각으로 세상을 봤던 탓에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고, 심지어는 극복 혹은 증오의 대상이었다. 다행히 정반대의 의견을 갖고 있는 집단에 편입되어 정 반대의 언어에 (같은 한국말인데도!) 노출될 기회가 생겼지만, 어릴 적 주입되었던 생각을 바꾸는 데는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했다. 서른 살이 한 참 지난 때 였지만, 내 어릴 적 기억 속에 악마화 되었던 진영 쪽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투표하던 내 손은 한 참을 머뭇거렸었다. 누군가 그러면 안 된다고 투표소 장막 안까지 찾아와 나를 비난하는 것만 같았다.


어른이 본인의 정치적인 의견을 갖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그걸 여과 없이 자신의 아이 혹은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주입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에 독을 푸는 행위이다. 어렸을 때 주입된 생각은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도 “세계관은 소년기에 완성된다”고 했다. 사고의 흐름은 우리 뇌 신경의 연결인 ‘시냅스’의 패턴으로 저장되는데, 한 번 발생한 시냅스의 패턴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특히 어렸을 때 세뇌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그 정신적인 새장 안에 갇혀 하늘을 날지 못한다. 새장에 갇혀 성장한 새는, 어른이 되어서 새장 문을 열어줘도 가끔 밖을 기웃거릴 뿐, 끝내 푸른 창공으로 날아오르지 못한다. 아직 세계관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편향된 생각을 주입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 아이를 육체적으로 학대하는 것보다 더 크나큰 죄악이다.


아이들에게 편향된 생각을 주입하는 어른들의 못난 짓은, 별 다른 노력 없이 자기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의 숫자를 늘리려는 비열한 수작이다. 심지어는 자신이 키우는 아이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 본인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전근대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그건 중동의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이슬람 극단주의를 세뇌시키고 살인 병기로 키우는 단체들의 생각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역사의 굴곡을 겪은 어른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유신 정권 때 죽을 고생을 하신 내 주위 어른들은 결코 반대편으로 정치적 견해를 쉽사리 옮기지 못한다. 한국 전쟁을 직접 겪은 더 어르신들은 아마 정 반대의 상황일 수 있다. 아마 그 시절을 겪어보지 못한 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를 터부시 할 수도 있다. 그만큼 역사의 비극은 오래도록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내가 그 비극을 직접 겪지 않은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행운이다. 내가 그걸 직접 겪었다면 나의 프레임도 한 쪽에 갇혔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는 아이들의 것 아닌가? 아이들이 본인의 생각을 정립하기 전에 본인이 겪은 사실을 바탕으로 세워진 세상을 강요하는 것은 그들의 미래를 빼앗는 짓이다. 비열한 정치인들이 역사의 비극을 겪은 사람들을 교묘하게 조정하여 세대를 거듭해 한 쪽 생각에 갇히지 않도록, 사실에 입각해 스스로의 생각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다.


나는 결코 아이들에게 나의 정치적인 의견을 내비치지 않고자 한다. 있었던 사실만을 전달하되, 그 사실에 나의 생각을 입히지 않으려고 한다. 내 아이에게는 자신의 의견으로 역사적인 사실을 해석할 권리가 있다. 총천연색으로 알록달록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에, 나도 모르게 빨간 혹은 파란색 안경을 씌우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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