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지능과 안과 의사

by 친절한 손원장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용사와 안과 의사 중, 누가 인공 지능 시대에서 더 살아 남을까?”


내가 내린 답은 미용사였다. 손이 하는 일이 많을 수록 인공 지능에 대체될 확률이 더 적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손님과 인간적인 소통을 하고, 머리를 감기고, 자르고, 다듬어 모양을 내는 건 손을 거치지 않고 불가능하다. 지금 박스를 어설프게 들어 나르고 인간들의 춤을 따라 추는 로봇들이, 지금 내 머리를 만지고 있는 손의 움직임을 구현하는데는 매우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하지만 안과의사는 다르다. 안과 의사는 현미경으로 관찰한 눈의 모양과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그리고 검사에서 나온 소견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고, 일부는 손으로 처치를 한다. 이 중 반드시 손을 거쳐야 하는 작업은 눈에 직접 무엇인가 치료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처치를 필요로 하는 환자보다 설명과 투약만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훨씬 많다. 그러니 수술을 독점할 일부 의사 이외 대부분의 의사들은 인공 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 그 무서운 일이 언제 벌어질까? 인공 지능을 이용한 시스템을 셋업 하는 것이 전문의 한 명이 practice하는 비용보다 저렴해질 때이다. 처음에는 이 시스템을 만드는 비용이 매우 비쌀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 번 확립된 디지털 시스템은 무한히 복제가 가능해서, 순식간에 그 비용이 0에 수렴할 수 있다. 또한 인공 지능의 진료가 안전성을 확보하고 사람들이 인간 전문의의 진료만큼 인공 지능을 신뢰하는 그 순간, 전문의가 갖는 가치는 곤두박질치게 된다.


지금도 아리송한 부분을 chat GPT의 도움을 받아 진료하는 의사들이 많다. 그런데 환자들도 진료 전에 이미 충분한 정보를 접한 뒤 진료실에 들어온다. 의사들은 환자들이 의사를 건너 뛰고 인공 지능에게 직접 질문하여 얻은 답을 그대로 신뢰할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환자들의 핸드폰 속에서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친절한 의사”들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찾아가야 하는 의사들”에 비해 엄청난 강점이 있다. 그들은 잠도 안자고 언제나 환자의 질문에 대답하며, 아무리 진상 짓을 해도 화를 내지 않는다. 게다가, 현실을 사는 의사들처럼 건물 임대료도 내지 않고, 매출을 걱정하며 직원들과 감정 소모도 하지 않으니 도대체 이길 도리가 없다.


그럼 나 같은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결국 인공 지능이 할 수 없는 부분들을 해내야 하지 않을까. 이는 눈 맞춤을 통한 강력한 rapport가 될 수도 있고, 물건을 문 앞까지 들이미는 쿠팡처럼 의료 서비스의 접근도를 고객의 편의에 맞게 획기적으로 낮출 수도 있다. 의료계가 그렇게 반대하는 비대면 진료는, 어쩌면 인공 지능의 쓰나미에서 의사들을 건져주는 마지막 동아줄일지도 모른다.


많은 고민을 하고 자신만의 답을 찾는 소수는, 고민하지 않고 시간을 보낸 다수를 뒤로하고 얼마간 더 살아남을 수 있을 지 모른다. 물론 그 마저도 얼마나 더 지속될 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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