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을 하면서 겪는 어려운 점들이 참 많다. 가장 어려운 것은 인적 자원을 관리하는 최종 관리자로서의 역할이다. 특히 고용한 인원이 늘어날수록 부서간 업무를 할당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렵다. 이런 걸 배워 본 적이 없는 나도 매일 실수하고 매일 배워가는 중이지만, 그래도 3년 반 동안 느꼈던 바를 한 번 정리해 본다.
1. 문제가 불거졌을 경우, 관계된 모든 사람의 말을 들어 보기 전까지는 판단을 유보한다.
관리자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면, 특정한 한 직원의 말만 듣고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최종 결정권자의 판단은 매우 무겁고 돌이키기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정확하면서도 다면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사실 관계도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결정을 내린다거나, 한 직원의 말을 그대로 다른 직원에게 옮기는 일은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2. 직원의 말을 그대로 다른 직원에게 옮기지 않는다. 절대로.
만약 A라는 직원이 B에 관해 했던 말을 그대로 B에게 옮긴다면, B는 결정권자가 A의 말만 믿는다고 생각하고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결정권자가 A에게 B에 관한 특정 보고를 받았을 때 해야 하는 일은, 우선 B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다. A가 이런 저런 말을 했다는 것을 B에게 말하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일이다. B가 A가 자신에 대해 말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관계가 나빠질 위험을 무릅쓰고 보고를 한 A도, 이야기를 들은 B도 놓치게 되는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3.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했다면, 변화를 가하기 전에는 변화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급적 다 들어봐야 한다.
직원을 내보내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월급을 깎거나, 말을 안 들어주거나. 놀랍게도 사람들이 직장에 좌절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월급’ 이 아니다. 자신이 개진한 의견이 시스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좌절한다. 어떤 의견을 개진해도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그 반대로 시스템이 흘러간다면, 스스로를 조직의 구성원이 아니라 라디오의 부속품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화를 가하기 전에는 그 변화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말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 자신의 의견이 묵살되었다고 느껴지지 않도록 시스템 전체를 살펴야 하는 결정권자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최소한 일정 부분은 변화에 반영해줘야 한다. 이번에 반영이 안 된다면, 적어도 차후에는 어느 정도의 의견 수용을 약속해야 한다.
4. 불편한 소리를 하거나, 다른 직원을 험담하는 직원의 말도 들어야 한다.
조직 구조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직원은 대표만큼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없다. 제한된 시야에서 회사를 보는 직원은 다른 직원이 태업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남들보다 더 일을 많이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조직이 다른 직원을 험담하는 이야기를 했다면, 그 사람의 성격에 결함이 있는 걸 수도 있지만, 제한된 시야에서 나름 회사에 충심을 갖고 직언을 했을 수도 있다. 조직에 타격을 주는 심각한 이야기라면 사실 관계를 반드시 확인해야겠지만, 제한된 시각에서 비롯된 보고라고 판단이 되면, “충분히 잘 알아들었습니다” 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덮고 넘기는 여유가 필요하다. 물론,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그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사실들을 부드럽게 알려줘야 한다.
5. 모든 직원에게 동등한 대우는 미련한 짓이다.
조직에 더 많이 기여하는 자의 허물은 그렇지 못한 자의 허물과 같은 무게일 수 없다. 물론 조직을 약육강식의 세렝게티로 만들면 안 되므로 최소한 겉으로는 공명정대하게 해야 하지만, 속으로는 결코 같은 무게로 취급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조직에 중요한 사람의 허물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지만, 조직에 필요하지 않은 이의 허물은 권고 사직의 빌미다. 직장은 학교가 아니다.
지금까지 주저리 주저리 쓴 말들을 한 문장으로 줄여보겠다.
“결정권자는 많이 듣고, 많이 생각하고, 필요한 말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