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나심 니콜라스 탈렙
나심 탈렙의 ‘행운에 속지 마라 (원제: fooled by randomness)’ 라는 책을 읽었다.
책 ‘블랙 스완’의 저자로도 잘 알려져 있는 저자는 월 스트리트에서 오랫동안 생존한 이력이 있는 증권맨이면서도, 행운에 대해 색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사상가로도 유명하다. 남들 앞에서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기 힘들어하는 저자의 모습이 나와 매우 닮아 있어 책을 읽는 내내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근로 윤리에 얽매여 회사에 매여 있는 삶이 독서와 사색이 불가능해 선택하지 않았다는 저자의 말은, 장차 내 인생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 같았다.
이 책은 논문이 아닌 본인의 ‘넋두리’에 가깝다고 한 저자의 말처럼, (두 번을 연속해서 읽었지만)이 책을 간단하게 요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예전에 그랬다고 앞으로도 그런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한 번 발생하면 기존의 모든 문법을 바꿔버리는 일은, 어떻게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일어나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그걸 ‘블랙 스완’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텐 시그마 사건’ 이라고도 한다.
2001년 9월 11일 이전 쌍둥이 타워가 하루 아침에 무너지리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거다. 하지만 그 일은 결국 발생을 했고, 이 세계 (특히 미국)는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바뀌었다. 스티브 잡스와 스마트폰의 등장도 인류가 사는 방식을 영원히 바꾸어 버렸다. 2020년 이전에는 코로나 pandemic이 발생할 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기어이 발생한 그 일은 이 세상의 구조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2023년에 등장해서 지금도 나와 대화 중인 chat GPT는 산업의 판도를 이미 많이 바꾸고 있다. 질문 한 줄에 A4 용지 10장으로 답하는 인공 지능이 나올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신념은 삶을 지탱하기도 하지만, 생각을 가두기도 한다. 나이가 들 수록, 그리고 사업 연수가 길어질 수록, 내가 내 생각에 나의 미래를 가두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지금까지 잘했으니,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노력하면 문제가 없을 거라는 막연한 낙관. 그러나, 그렇게 유연성을 잃고 의사 결정 과정이 경색되었던 사람들이 ‘블랙 스완’을 만나 모든 걸 한 번에 잃는 모습이 책의 여기저기에 반복해서 나온다.
변동성 가득한 이 세상에서 살아남는 비결은 ‘내가 틀렸다’를 인정할 수 있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조지 소로스 (영국의 파운드화를 공격해 막대한 이익을 남긴 전설적인 투자자)의 최대 장점이, 하루 아침에 본인의 생각을 정 반대로 뒤집는 유연함이라고 했다. 내가 “이 것만은 절대 안 되!” 라며 반대하는 것 들 중, 막상 된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것들은 얼마나 되며, 반대로 반드시 되어야만 하는 것은 몇 개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