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도생의 세계와 지정학을 읽고
피터 자이한이 쓴 “Disunited Nation (각자 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이라는 책을 읽었다. 사실 이 책은 비트코인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책인데, 책이 두꺼워 읽을 짬을 못 내다가 미국 여행을 가는 긴 비행 시간 동안 읽게 되었다. 양은 많았지만 호흡이 짧고 재미있는 구어체로 씌여져 읽는 것이 부담되진 않았다. 농담으로 던지는 말 같지만 핵심을 찌르는 저자의 내공이 느껴졌다.
책을 읽고 내가 느낀 바를 한 문장으로 줄여보자면,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에 의한 질서가 무너지면, 미국, 프랑스, 터키, 일본이 유리해지고, 중국, 러시아, 브라질, 한국이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고 예상했다. 마침 미국 여행 중이던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우연이였을까. 미국 보스턴에 열흘 간 여행을 다녀와서 느낀 점을 한 마디로 적어보자면, “God Bless America” 였다. 끝 없는 대자연, 달러라는 강력한 무기, 세계의 자본이 모두 몰리는 투자처, 아이들을 키우기 좋은 환경, 그리고 자유.
미국이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현 세계 질서는, 무역의 비용을 떨구고 식량의 이동을 도왔다. 떨어진 무역 비용은 각 국에서 규모의 경제를 발동시켰고, 식량의 이동은 인구를 폭발시켰다. 1950년 25억이던 세계 인구는 2025년 지금 80억이 넘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그 많은 인구를 먹여살리는 곡식은 각자 만들어 소비하지 않는다. 미국의 대평원, 우크라이나의 평원, 아르헨티나의 평원에서 생산된 곡식이 전 세계로 수출된다. 만약 미국이 더 이상 바닷길을 지키지 않게 되면 어떻게 될까? 2021년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도는 44%이다. 끔찍한 미래는 나에게만 보이는 걸까?
피터 자이한은, 1945년 브레튼 우즈 체체의 동맹국들이, 미국의 노력을 돕지 않고 “꿀만 빨았다”라고 말했다. 2001년 9월 11일 테러 이후에 동맹국들이 미국에 보였던 뜨뜨미지근한 반응은 미국 내에서 좌우를 막론하고 해외 문제에 미국의 개입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으로 이어졌다. 지금 우리나라 언론에서 미친놈으로 묘사하는 도날드 트럼프가 그 시작이 아니라는 거다.
피터 자이한은 주요 국가들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러시아, 독일, 프랑스, 이란, 사우디, 터키,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지정학과 인구 그리고 역사를 분석해서 미래를 간략하게 그려보았다. 우리나라는 한 꼭지를 차지 하지도 못했다. 중간 중간 나오는 우리나라 이야기는, 현재 미국이 구축한 세계 질서가 무너질 때 한 국가가 얼마나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 예시로만 드문드문 언급되었다.
그가 하는 모든 말을 다 이해할 순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우리나라가 잘 되려면 미국과 깊이 연관되길 바라는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일본과 잘 지내는 수 밖에 없다는 점. 누군가는 그렇게 위대하다 느끼는 중국은, 짧은 시간 안에 큰 위기에 처할 거라는 것. 앞으로 피터 자이한이 분석한 국가들에 대해 한 두 장 정도의 글로 각각 정리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