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4포토에세이에게묻다.
내 주변 가까이, 삶의 근육을 기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루업(GREW-UP).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스물일곱, 네 친구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포토에세이 '엉망진창' 을 기획하고 제작한 프로젝트팀 <27.4포토에세이>입니다.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이십 대 후반, 스치면 사라 질 스물일곱의 일상을 붙잡으며 그들이 얻어 낸 삶의 근육은 무엇일까요?
안녕하세요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승희: 안녕하세요! 저는 27.4 포토에세이 프로젝트의 리더를 맡았던 홍승희입니다. 뷰티브랜드 회사 인사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7.4포토에세이는 총 네 명의 동네 친구가 진행한 프로젝트인데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팀원이었던 수양도 같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수양: 안녕하세요-! 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출신이자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27.4포토에세이 프로젝트 팀원 김수양입니다.
※ 아래 질문부터는 승희님과 수양님이 함께 대답한 내용으로 답변에 따로 구분을 두지 않았습니다.
네 명의 동네 친구가 함께 한 <27.4 포토에세이> 프로젝트! 그 시작이 궁금해요.
<27.4 포토에세이>는 스물일곱의 나이,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네 명의 친구들의 모습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는 프로젝트예요. 저희는 하는 일도, 취향도, 성격도 모두 다른 네 사람이지만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어요.
첫 번째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 두 번째는,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를 가졌다는 것. 스물일곱 살, 우리들의 '미래'를 상상해보면 항상 의문 투성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눌 때면 항상 대화 주제는 비슷했죠. 예전의 내 모습, 아쉬웠던 선택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 그러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각자의 스물일곱을 기록해보자고요.
책임감과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 그리고 그 시간을 살아내며 우리를 스쳐가는 생각들.. 사진과 글로 각자의 자리에서 솔직하게 담아보자는 취지 아래 <27.4 포토에세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저와 팀원들은 정말 할 일이 많았어요. 컨셉 기획은 물론이고 촬영, 소품, 의상 준비… 그리고 편집과 제작까지! 이 모든 걸 저희의 손으로 해냈는데요. 생각을 현실로 옮기는 작업은 예상보다 훨씬 어렵고 마음대로 되는 게 없었어요. 그런데 작업을 하며 우리들의 모습이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과정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대로 되는 것 없는 20대 후반의 삶. 한 마디로 ‘엉망진창’이잖아요. 그렇게 포토에세이의 제목, <엉망진창>이 탄생하게 되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대로 되는 것 없는 20대 후반의 삶,
한마디로 엉망진창! 그렇게 우리의 책 이름이 정해졌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은데요.
무더운 8월에 촬영했던 메인 화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뚝섬유원지역에서 야외 촬영을 하던 날이었는데요.
하필이면 촬영 한 시간 전부터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알고 보니 바로 그날이 장마가 시작되는 날이었던 거예요.
예상도 못 한 날씨 때문에 촬영 장소를 급히 야외에서 역사 안으로 바꾸게 되면서 그날의 촬영은 정말.. 엉망진창이었어요! 촬영을 도와주신 사진작가님께 민망할 정도로요.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죠. 촬영을 모두 마친 후 사진들을 모아놓고 선별할 땐, 폭우가 쏟아진 그날의 사진들이 제일 사랑을 받았거든요.
그리고 그날 찍었던 사진 중 베스트 컷이 바로 이 사진이에요!
하필이면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까지 끼고 촬영을 했었는데, 사진만 봐도 꿉꿉한 8월의 습기가 느껴지는 것 같네요. 처음엔 마스크를 끼고 촬영하는 것이 어색했어요. 그렇지 않아도 모델 일에 어색한 사람들이 마스크 때문에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죠. 하지만, 우리가 찍은 사진들을 하나둘씩 돌이켜 볼 때 이때 찍은 사진들이 우리의 프로젝트 취지에는 가장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모두가 그렇겠지만 우리들의 스물일곱에 코로나19는 정말 빼놓고 말할 수 없어요. 코로나로 엉망이 된 일상 속 모습들, 특히나 마스크 속 숨겨진 시니컬한 표정들이 이 사진에 잘 담겼더라고요. 웃기게도 마스크 덕분에 어느 정도 얼굴이 가려지니까 자신감이 생긴 것 있죠. 사진을 찍어 놓고 보니 포즈나 분위기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멋있게 나와서 정말 마음에 들어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얻게 된 삶의 근육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번 시간을 통해 비로소 함께의 힘을 배운 것 같아요. 여러 사람들과 함께 각자의 역량을 모아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얼마큼 가치 있고 멋있는 일인지, 그리고 그 과정들이 얼마나 신나는 지도 알게 되었죠.
사실, 혼자서 책을 만든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서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우리 네 명의 팀원들과 흔쾌히 도움을 주신 지인들의 긍정적인 시너지가 잘 모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특히나 팀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무자들이에요. 덕분에 각자의 장점과 경험을 프로젝트에 백분 활용할 수 있었어요. 디자인을 전공하고 빈티지 패션을 업으로 삼고 있는 영석과 패션회사에 다니며 가죽공예가 취미인 강현은 의상과 소품을 담당했고 전체적인 콘텐츠 기획과 제작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출신 콘텐츠 디렉터이자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수양이 맡았어요.
예산 정리와 프로그램 기획은 현재 회사 인사팀 프로그램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제가 진행했죠. 팀원들이 스스로 가장 자신 있는 역할들을 맡아서 진행하다 보니 각자의 장점들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도전을 시작하기 전과 후, 당신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새로운 것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가장 많이 달라졌어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무엇을 시작하기에 앞서 ‘잘할 수 있을까?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지, 무엇을 해내게 될지 설렘과 기대감이 더 커진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 역시 많이 높아졌고요. 프로젝트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모델이 되어 카메라 앞에 서고, 책을 만들게 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저에게 그런 소질과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해보지 않아서 몰랐던 것뿐이었더라고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스스로도 몰랐던 나의 새로운 모습과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걸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일상을 살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늙음’의 기준은 사람이 육체적으로 나이가 들었을 때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이 없어져 더는 나아가지 않을 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멈추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건 저희 어머니 덕분인데요. 저희 어머니께서는 항상 무언가 배우고 경험하는 그 과정 자체를 참 즐기셨어요. 스스로 ‘배움’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시고요.
그래서인지 저를 키우시면서도 틈틈이 공부하며 운전면허, 컴퓨터 자격증,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시는 건 물론이거니와 꽃꽂이, 캘리그래피, 등… 일을 하시면서도 취미 생활은 놓치지 않으셨어요. 삶에 열정을 품고 사셨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저 또한 제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을 나아가게 하는 삶의 문장을 소개해 주세요.
"매일을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 나온 대사예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문장이죠.
여행에 가면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장소도 둘러보고, 먹고 싶었던 음식들도 맛보며 행복을 만끽하잖아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미처 못 해본 것들이 생각나면 아쉬움이 남기도 하고요. 삶이 여행이라면,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하며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다음에'라는 말로 언제 올지 모르는 그 시간들을 후회로 남기고 싶지 않거든요. 후회가 남지 않아야 행복한 여행이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삶이 행복한 여행이 되도록, 하고 싶었던 일들에 도전하며 살아갈 거예요!
'다음에'라는 말로 후회를 남게 하고 싶지 않아요.
삶이 여행이라면, 지금 이 순간 충실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행복한 여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27.4포토에세이> 프로젝트를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Model :
@hong.s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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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bee.h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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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r&makeup :
@kimbee.hind
@studio.soulc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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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er:
@sangseo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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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tch film : @hyun916
Sketch photo : @yjkim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