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를 타는 법

by 하봉길

## 파도를 타는 법


매일 아침, 우리에게는 수많은 파도가 밀려온다.


날씨라는 파도, 사람이라는 파도, 일이라는 파도, 감정이라는 파도…


서울에서 내려온 날도 그랬다. 이틀 밤을 꼬박 새우고 강행군을 마친 오후 4시. 7월의 찜통더위가 온몸을 휘감았다. 시원하게 씻고 나니 이제야 좀 살 것 같았다.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 저녁 라이브 방송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그런데 문득 산이 떠올랐다. 매일 오르는 5.2킬로미터의 산길. 천일의 약속 수련 중인 나에게는 하루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였다.


‘아니야, 오늘은 너무 피곤해. 게다가 씻었는데 또 땀 흘리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이내 다른 선택을 했다. 씻은 몸에 다시 등산복을 입고 산으로 향했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동안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방금 전 샤워가 무색할 정도로 온몸이 다시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7시가 되어서야 급하게 내려와 다시 씻고 방송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피로가 오히려 풀린 느낌이었다. 탁한 기운이 빠져나가고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


그날 깨달았다. 상황이라는 것은 파도와 같다는 것을.


파도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계속해서 밀려온다. 더운 날씨도, 피곤함도, 해야 할 일들도, 모두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밀려오는 파도들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그 파도를 만들 수는 없다는 것. 하지만 그 파도를 어떻게 탈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이다.


더위라는 파도 앞에서 나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첫 번째 선택** - 에어컨을 켜고 시원한 실내에 머물기. 더위를 피하고 안 받기.


**두 번째 선택** - 오히려 더 뜨거운 산으로 가서 땀을 더 흘리기. 더위를 정면으로 맞받기.


나는 두 번째를 선택했고, 놀랍게도 더위는 전혀 다른 것이 되었다. 피하고 싶은 불쾌한 것에서 몸의 탁기를 빼주는 고마운 것으로 변했다.


-----


우리는 늘 상황을 통제하려 한다.


내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려고 애쓰고, 원하지 않는 상황은 피하려고 발버둥 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은 우리 통제권 밖에서 일어난다. 마치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진짜 자유는 파도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 데서 온다. 대신 오는 파도를 어떻게 탈 것인지 선택하는 것. 때로는 정면으로 맞서고, 때로는 살짝 비켜서고, 때로는 그냥 흘려보내는 것.


실직이라는 파도가 왔을 때, 누군가는 절망하지만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의 기회로 만든다. 이별이라는 파도가 왔을 때, 누군가는 무너지지만 누군가는 성장의 계기로 삼는다.


같은 파도, 다른 선택. 그것이 우리 삶을 만든다.


-----


요즘 나는 ’무애행(無碍行)’을 수련 중이다. 거침없이 나아간다는 뜻이다.


거침없이 나아간다는 것은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 어떤 파도가 와도 그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탈 수 있다는 자신감. 그것이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


오늘도 수많은 파도가 밀려올 것이다.


당신은 어떤 서퍼가 되고 싶은가? 파도를 저주하며 해변에 앉아있을 것인가, 아니면 보드를 들고 바다로 뛰어들 것인가?


나는 오늘도 파도를 기다린다.


때로는 넘어지겠지만, 그것마저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파도는 다르고, 그래서 매 순간이 새로운 모험이 되니까.


더위가 싫다면 에어컨을 켜도 좋다. 하지만 가끔은 땀을 뻘뻘 흘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파도는 계속 올 테니, 다양한 방법으로 타보는 게 인생 아닐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60년 만에 찾은 내 운명의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