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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Apr 01. 2023

달리기와 글쓰기

나의 만병통치약이자 영양제.


잠시 후 달리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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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데이 앱을 활용해서 달리기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다. 달리기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는 심장을 춤추게 한다. 귓가에 들리는 런데이 트레이너의 음성과 배경음악은 달리는 매력을 더해준다. 1주 1회 차 달리기 도전을 마친 순간의 개운함을 잊을 수가 없어서 달리다 보니 이제는 멈출 수가 없다.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 달리고 싶어지고 달리는 상상만으로도 두근거린다. 신선한 공기를 느끼며 달리던 어느 날, 문득 달리기와 글쓰기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꾸준함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런데이 트레이너의 말처럼 몸과 마음에 힘이 쌓여가는 게 느껴졌다.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멈추지 않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글쓰기부터 살펴보면, 2021년 9월에 미국으로 온 뒤 본격적으로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매일 최소 1줄이라도 나를 위해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한때는 매일 A4 1장씩 쓰기도 했고 그 글을 엮어서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도전하기도 했다. 글쓰기를 향한 생각과 노력을 멈추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어쩌다 보니 23년 2월 14일을 마지막으로 1달 반이 넘도록 브런치에는 글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쓰고픈 이야기를 메모해 두고 종종 짧은 글쓰기를 해왔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꾸준히 남겨온 글들이 글 쓰는 힘을 길러주고 있다고 믿는다.

23년 1월에 시작한 달리기도 그랬다. 처음에는 쉬지 않고 1분을 달리는 일도 숨이 찼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쉬지 않고 15분을 넘겨서 달릴 수 있게 됐다. 그저 멈추지 않고 꾸준히 달렸을 뿐이다. 남은 8주 차 도전을 마치고 나면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걷는 건 좋아했지만 달리는 건 질색하던 내가 이렇게 달라지다니 여전히 신기하다.     



두 번째는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글쓰기와 달리기는 시작을 위한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그냥 하면 되니깐. 어디서든 할 수 있고,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시작하고 나면 다음은 어떻게든 굴러간다. 며칠 전 달리기가 끝날 무렵 가로수와 그어진 안내선이 결승선처럼 보였다. 마치 결승선을 통과하듯 쾌감을 느끼며 그 지점을 지났다. 결승선을 지나는 짜릿한 기분을 느끼려면 일단 출발선에 서야만 한다.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고 한다. 미국에 사는 98세 베티 린드버그는 최근 5km 달리기를 59분 6초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달릴 때마다 고통스러워서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다가도 결승선을 통과하면 모든 통증을 잊게 된다고 한다. 계속 움직이는 게 그녀의 생활신조라고 한다. 70대에 화가가 된 그랜마 모지스나 98세에도 달리는 린드버그처럼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게다가 달리기와 글쓰기처럼 진입장벽이 낮다면, 당장 시작해 보는 게 어떨까.     



세 번째는 함께하면 더욱 힘이 난다는 점이다.

글쓰기와 달리기만의 특징은 아니겠지만, 함께하는 것의 힘은 놀랍다. 대체로 사람들은 소모임, 미션, 챌린지 등 혼자가 아니라 같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계기를 찾아 모여든다. 함께하면 일단 시작하는 것도, 꾸준히 하는 것도 조금 더 쉬워진다.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런데이 앱에 빠져든 이유 중 하나가 런데이 트레이너의 음성이다. 그의 목소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잘하고 있다, 할 수 있다, 지금 달리는 당신은 멋진 사람이다, 달리기를 끝내고 나면 달콤한 휴식이 기다리고 있다는 등의 응원과 격려의 말은 달리는 힘을 더해준다. 그래서 런데이 앱에서 내가해냄협회 5기를 모집할 때도 지원했다. 같은 목표를 향해서 함께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좋았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함께한다는 그 느낌으로도 충분했다. 이번에 글쓰기 챌린지를 지원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혼자서도 글을 써오긴 했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하고 싶었다. 아직 글쓰기 챌린지의 첫 번째 글을 쓰고 있을 뿐인데도 벌써 한 달 치 글을 다 쓴 기분이 든다.     



끝으로 나를 채워주고 길러준다는 점이다.

38개월 차 엄마 생활, 1년 6개월 차 미국 생활 속에서 나는 소모되어 갔다. 매일 내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아니라 남편의 아내, 아이의 엄마로만 살아간다는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나를 찾고 싶었고, 나로 살아가고 싶었다. 그중 하나가 글쓰기였다. 마음속 이야기를 글로 담아내고 나면 숨이 트였다. 나를 위해 집중하는 글쓰기 시간이 참 좋았다. 달리는 순간도 그랬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달리고 나면 정말 머리가 비워졌다. 덩달아 몸도 가벼워졌다. 달리기와 글쓰기를 하는 동안에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나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 있다. 하루 24시간 중 이 두 가지를 위한 시간만큼은 영양제를 챙겨 먹듯이 꼭 챙겨줘야 한다. 이 시간은 결핍된 내 마음을 채워주고 소모되어 가는 나의 에너지를 길러준다.  

   

달리기와 글쓰기에 대해 글을 쓰고 나니, 이들을 이어갈 수 있는 나의 일상이 저절로 감사해진다. 힘들다는 생각에 갇혀 있던 나를 구해준 달리기와 글쓰기가 너무나도 소중하다. 그러니 멈출 수가 없다. 오늘도 글을 쓰고 달리는 내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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