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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Feb 14. 2023

일상적 글쓰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씀-일상적 글쓰기'라는 글쓰기 앱이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전에

나는 그 앱에 글을 쓰곤 했다.


첫 글은 2016년 8월 30일에 남겼고

마지막 글은 2022년 2월 11일에 남겼다.

총 162편의 글을 남겼고

6명의 구독자가 내 글을 구독했다.


블로그에 비공개로 쓰거나

일기장에 낙서처럼 끄적거리다가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남긴 글들이었다.


화면 너머에 있는 누군가가

화면 속 나의 글을 읽거나

나의 글을 담아가거나 

나를 구독해 준다는 게

참 설레고 꿈처럼 느껴졌다.


매일 하루 2번 글감이 배달되면

어떤 글을 써볼까 고민하느라

하루가 바쁘게 흘러갔다.

술술 잘 써지는 글감도 있었지만

잘 풀리지 않는 글감도 있었다.


밝은 분위기의 글을 쓰고 싶었는데

쓰다 보면 대체로 우중충한 색이 되거나

무거움으로 가득한 글이 되곤 했다.

그런 기분이 들 때면

글쓰기로 도망쳤으니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일지도.


2020년 9월 3일,

여전히 아이가 밤에 수시로 깨고

약 200일의 육아로 지쳤던 날.

인내라는 글감을 보자마자

엄마가 떠올라서 썼던 글을

아이의 세돌을 앞두고 다시 꺼내봤다.


인내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배가 고파도
내 밥보다 아기 밥부터.

잠이 쏟아져도
내 잠보다 아기 잠부터.

온몸이 부서질듯해도
내 편의보다 아기 편의부터.

이렇게 참고 참으며
우리 엄마가 나를 키웠구나.

엄마 생각에 올라오던 눈물도
아기 생각으로 꾹 참아내는 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엄마가 그립고

육아가 참 낯설고 어렵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고 나면

마음은 조금이라도 나아졌다.


씀 앱에 첫 글을 쓰고 나서

제법 꾸준히, 규칙적으로

글감에 맞게 글을 남겼다.


일상적 글쓰기라는 씀 앱의 부제처럼

글감에는 일상이 가득 묻어났고

일상을 돌아보며 글을 쓰고 있노라면

평범한 일상이 조금은 특별해졌다.


비교적 부담이 없었던 그때와 달리

요즘은 글을 쓰려고 하면

생각도 더 정리하고

아는 것도 많아야 하고

필력도 좋아야 한다는 생각에 

여러모로 부담스러웠다.



메모장에 적어두기만 하고 글로 옮기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다 보면 더욱 작아지는 기분이 들고, 지나간 내 글을 읽으면 어딘가 숨고 싶어지기도 한다. 글쓰기 자체에 대한 글을 자주 쓰게 되는 것도 글을 쓰고 싶지만 쓰지 않는 나에게 일단 편하게 써보라고 말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꾸준히 쓰자고 다짐했지만, 각종 핑계를 대며 미루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에 '엄마의 글쓰기(권귀헌)'를 읽었다. 잊고 있던 나를 마주하는 하루 5분, 일상 인문학이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왔다. 책 속에는 아직 써보지 않은 여러 글감이 나를 유혹했다. 저자도 그냥 끄적여 보라고 권한다. 글쓰기는 결국 사랑하기 위함이라는 그의 말이 위로가 됐다. 글을 쓰면서 일상을 돌아보던 나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육아도 자아 찾기도 미니멀라이프 도전도 미국 생활도 글쓰기를 하면서 더욱 의미 있어졌다.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씀이든 브런치든 어디든

누가 읽든 아무도 봐주지 않든

그저 나를 위해서라도 일상을 쓰고 싶다.


부담 없이 일상을 끄적여보고 싶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전체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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