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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Apr 27. 2023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는 저장강박증, 그 후.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미니멀 라이프를 다시 꿈꾸기 시작했다. 

나는 미니멀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나에게 어울리는 사자성어는 다다익선, 유비무환 등이었다. 물건을 많이 가질수록, 필요함을 대비해서 가지고 있을수록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한번 내 것이 된 물건은 쉽게 버리지도 못했다. 그렇게 쌓여가는 물건은 집안 곳곳에 박아두고 감춰두며 버텨왔다. 내 집은 물건의 집이 되었다. 정리를 잘하고 간소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리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고, 관련 책이나 영상을 찾아보았다. 

미니멀 라이프를 계속 꿈꿔왔지만, 그걸 꿈꾸는 내 의지만 점점 미니멀해져서 사라지곤 했다.




사진: Unsplash의Brett Jordan




2022년 5월 15일. 다시 도전하는 마음을 담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미니멀 라이프 실패 경험 및 도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브런치에 매거진을 만들었다. 먼저 비우기 위해서 필요한 마음가짐, 옷, 식기 및 주방 도구, 장보기 및 식재료, 수납용품, 온라인 비우기 등 여러 측면에서 나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 당시에는 하루에 하나씩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운이 좋았는지 몇몇 글은 다음 메인 화면에 게시되었다. 물론 조회수에 비해 댓글이나 구독자가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차곡차곡 모인 30편의 글 중에서 25편을 엮어서 브런치북 프로젝트에도 도전했다. 꾸준히 글을 쓴 것도 처음, 그 글을 모아서 책으로 엮은 것도 처음이었다.


2022년 10월 29일에 쓴 글을 끝으로, 미니멀 라이프 도전기는 일단 멈춤 상태이다. 

그리고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기 시작한 뒤, 약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과연 나는 지난 도전을 성공적으로 잘 마쳤을까, 지금도 유지하고 있을까. 일단 나에게 글쓰기는 미니멀 라이프 도전 및 유지에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아이 물건, 남편과 나의 물건, 우리 모두의 물건 등 여러 물건을 사기 전에 바로 결제하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고민하다가 계속 생각이 나거나 필요하면 결제한다.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사지 않는 물건이 훨씬 많았다. 




사진: Unsplash의rupixen.com




사고 싶다는 순간의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그나마 미니멀 라이프를 향해 도전했던 그 글들이 나를 붙잡아줬다. 그런데 최근 물욕과 소유욕이 다시 강해지고 있다. 물건을 사는 행위는 사는 그 순간은 행복하지만, 물건이 집에 쌓이는 순간부터 짐스러워진다. 보관도 잘해야 하고, 관리도 해야 하고, 처분도 잘해야 한다. 없어도 잘 살았던 물건인데, 왜 그리도 갖고 싶어 지는지. 잠깐의 충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물건을 사고 나면, 그 물건에 끌려다니게 된다.


한국에서 해외로 나오면서, 이고 지고 있던 많은 짐을 버리느라 고생했다. 

차마 포기하지 못하고 집착하느라 마음 앓이도 길게 했다. 떠나와서 1년 이상 살아보니 처음부터 없던 물건처럼 사는 데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는 게 우습다. 그때는 왜 그리 꼭 필요하게만 느껴졌는지. 이제 다시 해외에서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오고 있다. 캐리어와 이민 가방만으로 이곳에 왔던 것처럼 한국으로 갈 때도 가벼운 짐으로 가고 싶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종종 집을 둘러보며 비운다. 당장 내일 떠난다고 하더라도 망설임 없이 짐을 챙길 준비를 한다. 




사진: Unsplash의Reuben Juarez



감사하게도 나의 미니멀 라이프 도전은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실패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 감사하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저장강박증을 버리지는 못했지만, 이 또한 언젠가는 비울 수 있겠지. 그렇게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는 저장강박증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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