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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Aug 05. 2023

미국에 살면 어떤 점이 좋을까.

좋은 점을 돌아보자.


미국에 온 지 600여 일이 지났다. 

여행을 온 것처럼 설레고 낯설던 풍경도 일상이 되어간다. 

일상을 여행처럼 살겠다는 마음으로 왔는데, 

역시 일상은 일상, 여행은 여행인지 감흥이 사라져 간다. 

그래서 약 2년의 미국살이를 돌아보며, 장점을 써보고자 한다.     


첫째, 아이를 다정하게 대해준다. 

한국도 다정한 어른이 많지만, 이곳에서 지내면서 가장 자주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다정함이다. 

대부분 카페나 식당에 아이를 위한 식기나 유아용 의자가 있다. 

그리고 없는 곳이더라도 아이를 위해 필요한 게 없는지 챙겨주는 곳이 많다. 

기저귀 교환대나 아이용 발 디딤대 등이 준비된 곳이 많다. 

물리적인 다정함뿐만 아니라 아이와 눈을 맞추며 웃어주고, 장난을 걸어주는 정서적인 다정함도 가득하다. 

그래서 아이는 어디를 가도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둘째, 겉모습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개성대로 사는 사람이 정말 많다. 

자동차 색깔도 다양하고, 옷차림도 헤어스타일도 각양각색이다. 

나도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보다 나에게 조금 더 집중하게 됐다. 

무엇이 중요한지 돌아보는 기회가 많아졌다. 

옷이 많지 않아도 더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있는 옷도 정리하며 줄여나갔다. 


셋째, 자연과 가까워졌다. 

미국살이의 장점이라고 하기 애매하지만, 자연이 코앞에 있는 집에서 살고 있다. 

뒷문만 열고 나가도 풀밭이 넓게 펼쳐진 집. 칠면조, 다람쥐, 두루미, 라쿤 등 각종 동물 친구를 만날 수 있다. 눈이 오면 신나게 썰매를 타고, 나뭇잎과 나무 열매를 주우며 노는, 신나는 자연 놀이로 시간을 보낸다. 

미세먼지 걱정도 없다. 아름다운 풍경과 신선한 공기. 

이 모든 것이 당연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면 감사해진다.


넷째, 언제든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일상에 젖어 잊히곤 하지만, 나는 타국에 살고 있다. 

여행하는 기분이 아니라, 정말 긴 여행을 떠나 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만 있어도 여행 기분이 들지만, 가끔 다른 도시로 떠날 때마다 미국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시카고, 뉴욕, 디트로이트 등 여러 도시를 떠나면서 미국에 있는 동안 누릴 수 있는 여행 장점을 즐겨보려고 한다. 최근에는 캐나다에도 로드트립으로 다녀왔다.


다섯째, 영어가 익숙해진다. 

영어 실력이 늘었다고 말하기는 애매한데, 그렇다고 제자리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어쨌든 영어를 써야 하는 환경에 있으니, 익숙해지긴 한다. 

그리고 나나 남편의 영어 실력이 느는 모습은 더디지만, 아이의 영어가 느는 모습은 엄청나다. 

집에서 딱히 챙겨주는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영어에 노출되면서 익숙해지는 중이다. 

아이는 영어와 한글을 함께 배우고 익히며 나날이 자라고 있다. 


끝으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아이 어린이집에만 가도 다양한 국적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이웃들도, 거리 곳곳의 풍경도 다양함 그 자체이다. 

공동육아를 하면서 미국, 터키, 인도 등 여러 나라들의 엄마와도 가까워졌다. 

엄마라는 공통점 속에서도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육아 스타일도 흥미로웠다.      


2년의 미국살이는 힘들다고만 느꼈는데, 돌아보니 장점도 많다. 

좋은 점이 가득한데, 가끔은 이런 점을 잊고 살아간다. 

예상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시작되었던 나의 미국살이.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게 될지 짐작할 수도 없다. 


짧게 남았든, 길게 남았든, 

장점을 더욱 사랑하며 미국살이를 이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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