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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Sep 06. 2023

그동안 글을 남기지 못한 핑계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는데-

6월 4일. 6월 13일. 7월 2일. 8월 5일.

브런치의 글이 가뭄에 콩 나듯이 남았다.





한때는 매일 남기기도 했는데, 이제는 1주일에 하나는커녕 1달에 하나도 겨우 남겨왔다.

그렇다고 해서 글쓰기를 멈춘 것은 아니었다.

글로키움 글쓰기 챌린지를 참여하면서 4월부터 8월까지 매달 20편의 글을 썼다.

그러나 대체로 쫓기듯이 글을 끝맺거나 하고 싶은 말은 생각만 하다가 끝낼 때가 많았다.

브런치에는 그대로 올리기 아쉬워서 퇴고 후에 올려야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끝났다.

결국 글쓰기 그 자체도 브런치 글 발행도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로 시간만 흘렀다.


핑계를 찾기 위해서, 그동안 왜 그랬는지 생각해 봤다.


첫째, 시간의 우선순위에서 글쓰기가 밀려났다.


한참 글쓰기에 빠져있을 때는 여유 시간이 나면 가장 먼저 글부터 쓰기 시작했다. 메모해 뒀던 글감을 꺼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일이 즐겁고 행복했다. 눈에 보이는 집안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해야 할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을 다 제쳐뒀다. 그런데 최근에는 글쓰기 위한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면서 자투리 시간에도 다른 일을 하기 바빴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언제든 댈 수 있는 좋은 핑계였다. 그래서 글쓰기는 점차 일상에서 멀어져 갔다.


둘째,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지 못했다.


이왕 글을 쓴다면, 마음에 드는 글을 쓰고 싶었다. 술술 잘 써지고, 막힘없이 써지는 글을 원했다. 읽는 사람의 눈으로 보아도 재밌고 흥미롭고 빠져드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막상 글로 쓰려면 힘이 잔뜩 들어갔다. 깜박이는 커서만 멍하니 보다가 창을 끄는 일이 허다했다. 일단 그냥 쓰자고 수없이 다짐해 왔지만,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을 내려놓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글 하나를 완성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졌다.


셋째, 몸과 마음의 여유가 너무나 부족했다.


최근 아이의 낮잠은 거의 사라졌고, 밤잠도 늦어졌다. 그리고 남편의 일도 바빠져서 야근에 주말 출근이 이어졌다. 일주일의 로드트립을 다녀오면서 몸살이 났던 내 몸은 체력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체력보다 더 돌아오지 않는 게 정신력이라 문제였지만. 현실적으로 몸도 마음도 지치고 나니, 루틴도 무너졌다. 그나마 독서 모임을 이어가며 책은 읽었지만, 그조차도 최소한으로 쫓아가기 바빴다. 글쓰기 챌린지나 독서 모임처럼 적당한 강제성이 없었더라면 아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후회만 남겼으리라. 그나마 책도 읽고 글도 썼던 것은 나를 붙잡아주는 모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체력과 정신력을 회복하기 위해 멈췄던 운동과 달리기도 다시 시작하고, 기록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물리적인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질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나날들이었다.     


여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가을이 오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 여름은 추모와 슬픔으로 시간을 보내왔다.

가을은 조금 더 달라진 나, 달라진 사회가 되기를 조심스레 꿈꿔본다.     


그러니, 

핑계는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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