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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Oct 14. 2023

커보면 알겠지!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하였는데..

어느 아침이었다. 여느 아침처럼 아이와 침대에 누워서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매일 아침, 아이를 안아주며 오늘도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장난도 치고 수다도 떤다. 그러다가 어른이 되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가 나왔다. 의사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 소방관이나 경찰관이 되고 싶은지,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 등 아이가 관심을 보이거나 본 적이 있는 직업 몇 가지를 늘어놓았다. 아이 마음에 어떤 일이 1순위인지 궁금해하며 눈을 빛내고 있는 엄마에게 아이는 무심하게 툭 던지며 말했다.     


“그거는 커보면 알겠지~”     


아. 그렇다. 그건 커보면 알 수 있는 건데 엄마가 설레발을 치며 물어본 것이다. 예전에 대장금에서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하였는데 라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던 아역 배우의 연기가 문득 떠올랐다. 아이의 입장에서 커보면 알 수 있는 것을 엄마는 왜 지금 묻는가 싶었나 보다. 그래서 그러면 엄마 같은 어른이 되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엄마는 어때? 엄마 같은 어른이 되는 것은 어때?”

“좋지~”

“엄마는 어떤 어른 같아?”

“엄마는 매일 요리해 주고 나랑 놀아주고~ 엄마 좋으니까”     


아이는 뜻밖의 대답으로 나를 놀라게 할 때가 많다. 요즘 식사 시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줘서 고맙다고 들썩거리기도 한다. 엄마가 나를 위해 이렇게 준비해 주다니!라고 감동이라 말하기도 한다. 아이의 말에는 온기와 사랑이 가득하다. 내가 아이에게 주는 양육의 팔 할이 책임감이라고 느껴진다면, 아이는 100퍼센트 사랑 같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아이의 넓고 깊은 사랑에 무한히 감사하고 소중한 마음이 든다.     



예전에 아이들은 늘 부모를 용서한다는 문장을 본 적이 있다. 최근에 남편과의 불화나 나의 개인적인 감정 기복 혹은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아이에게 현명하지 못한 말과 행동을 하곤 했다. 아이는 화내는 엄마는 사랑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엄마를 화내게 한 건 자기도 미안하다고 말하곤 한다. 아이는 화내고 후회하는 엄마를 안아주기도 한다. 한동안 아이에게 소리치거나 화내지 않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용서가 필요한 엄마이고, 아이는 그런 나를 그저 안아주고받아준다.     


엄마가 되고 나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 중 감사함과 미안함은 수시로 나를 찾아온다. 사랑하지만 고맙고 미안한 그 마음. 아이도 나도 시간이 흘러 커보면 이 시절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했는지 알겠지. 아이 말대로 우리는 커보면 알 수 있는 것이 많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혹은 그것이 사라진 뒤에야 깨닫게 되는 것들. 어쩌면 순간마다 그런 아쉬움과 후회를 최대한 덜 남기고 행복과 추억을 남기려고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이의 말과 행동, 표정 그리고 나의 감정을 남길 수 있으니, 감사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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