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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Oct 12. 2023

가을, 이 계절을 즐기는 우리의 태도.

계절의 끝을 잡고-


나뭇잎이 떨어진다. 낙엽이 쌓여가는 잔디밭의 색깔도 점차 옅어져 간다. 나뭇가지가 비어 가는 만큼 나의 마음도 비어 간다. 그렇게 헛헛한 마음만 느끼고 있기에는 이 계절은 너무나 아름답고 짧다. 그래서 봄여어어어어어름갈겨우우우우우우울이라는 농담도 있을 정도니. 그래서 가을이라는 계절을 즐기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나는 이 계절을 아주 좋아한다. 다채로운 색감으로 가득한 나무도 좋고, 청명한 하늘도 좋고, 바람결에 느껴지는 선선함도 좋다. 해가 짧아지는 것은 아쉽지만, 이 계절은 노을조차도 낭만 있게 느껴진다.


아이는 나뭇잎을 좋아한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녀석이 보이면 고사리 같은 손에 꼭 쥐어야만 한다. 그렇게 집에도 낙엽이 쌓여간다. 아이와 함께 낙엽이 많은 동네에 가서 아예 판을 벌여주기도 한다. 풀이나 테이프를 챙겨가서 낙엽으로 꾸미기 놀이도 하고, 낙엽으로 글자를 만들어보기도 한다. 아이는 낙엽을 보면서 이렇게 저렇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놀이를 만들어간다. 아이도 나처럼 이 계절과 사랑에 빠지고 있다. 



아이와 손을 잡고서 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가을길은 고운길- 노래를 흥얼흥얼 부르며 걷는다. 하늘에서는 낙엽비가 흩날리고, 아이는 그 풍경을 초롱초롱한 눈 속에 담느라 바쁘다. 이곳의 겨울은 특히 길고 춥고 눈이 많다. 그래서 더욱 짧게만 느껴지는 이 가을을 즐기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바깥 놀이하는 것도 좋고, 유아차에 태워서 조금 멀리까지 동네 산책을 하는 것도 좋다. 아이는 행복한 나의 표정을 보며 자기도 웃는다. 그렇게 우리는 이 계절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낙엽도 줍고, 도토리도 줍고, 나뭇가지도 줍고, 아이의 손은 뭔가 줍기 바쁜 계절이다. 아이가 주운 것을 담기 위해 바구니나 비닐봉지를 들고나가는 날도 많다. 아이는 이 작은 자연물들을 보면서도 우리 가족을 항시 떠올린다. 우리는 세 명이니깐 세 개를 주워야겠다고 하거나, 올망졸망 도토리를 보며 아빠 도토리, 엄마 도토리, 아기 도토리라고 이름을 붙여주기도 한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우리 가족의 모습을 떠올리는 아이의 표현에 마음이 찡해진다.



이 계절을 즐기면서 아이에게 꼭 가르쳐주고 싶은 게 있다. 나뭇잎도 도토리도 모두 원래 자연의 것이기에 우리는 소중히 여기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하는 점이다. 떨어진 것을 주워서 놀더라도 집에 오기 전에는 자연에 돌려주자고 알려주는 편이다. 도토리는 다람쥐가 먹어야 하는 양식이고, 나뭇잎은 새로운 싹이 자라기 위한 영양분이 되어준다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준다. 자연을 즐기며 놀면서도 자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아는 아이로 자라주길 바란다. 나뭇가지를 함부로 꺾는 행동이나 꽃을 세게 만지는 행동 등은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알려준다. 다행히 아직은 아이가 가지를 꺾는 행동을 하지는 않지만, 가끔 꽃이 좋다며 너무 거칠게 만지려고 할 때면 소중히 대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가을이 다가오면 꼭 듣는 노래들이 있다. 서영은의 ‘가을이 오면’, 아이유의 ‘가을 아침’이다. 이 두 사람의 목소리는 각자의 매력에 맞게 가을과 잘 어울린다. 아이유의 ‘가을 아침’은 이즈음 매일 나의 아침에 함께 하는 노래가 되곤 한다. ‘가을이 오면’은 이문세의 목소리도 들어도 좋은 노래이지만, 나에게는 서영은이 저절로 떠오르는 노래다. 가을, 그리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달콤하고도 상쾌한 목소리.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답다니. 가사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한 이 계절이 끝나기 전에, 오늘도 매 순간을 즐기며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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