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게 죄는 아니잖아요.
성격 중 예민하다는 표현이 있다.
예민하다는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롭다, 어떤 문제의 성격이 여러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중대하고 그 처리에 많은 갈등이 있는 상태에 있다 등을 뜻한다. 유의어로 까다롭다, 날카롭다, 민감하다 등이 있다.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흔히 예민하다고 말할 때는 대체로 좋은 의미로 쓰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대 정신과 의사가 쓴 ‘예민한 아이 잘 키우는 법’에서 저자는 말한다. 예민함이란 자극을 더 많이 받고, 자극에 더 크게 반응한다는 특징일 뿐 좋고 나쁨,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예민함을 잘 다루는 아이는 오히려 누구 못지않게 자신감 있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 아이작 뉴턴, 윈스턴 처칠, 슈만, 타이거 우즈 등도 예민한 성격을 가졌단다.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 아이가 예민하다는 생각한 적이 있다. 잠을 길게 혹은 깊게 자지 못하거나 각종 소리에 쉽게 놀라거나 새로운 장소 또는 사람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등 소소한 부분에서 아이의 예민함이 느껴졌다.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가 무서워서 바깥에만 가면 볼 일을 참거나 귀를 틀어막고 가는 것도, 쳐다본 것도 아니고 누가 지나쳐 가기만 해도 짜증을 내는 것도, 작은 소리만 들려도 무슨 소리인지 계속 물어보며 찾으려 하는 것도. 그런 부분이 쌓일 때마다 아이가 이해되면서도 피곤해졌다. 예민한 아이는 기질적으로 ‘까다로운 아이’라고 부른다는데, 점점 아이가 까다로워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의 예민함은 부모와 연결된다. 선천적으로 나와 남편의 성향이 유전된 것도 있고, 후천적으로 우리의 양육 태도가 영향을 받기도 한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부모의 성향이 아이의 예민함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솔직히 나는 자타공인 예민한 편이다. 흔히 말하는 예민한 사람의 특징을 다 갖고 있다. 사소한 일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남들은 하지 않는 걱정을 많이 하고,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쉽게 짜증을 내고, 실수투성이면서도 완벽함을 늘 추구하는 사람. 그게 나다. 어릴 적부터 까다롭다고 느껴지던 아이는, 자랄수록 아이에게서 제발 닮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예민한 면이 점차 늘었다.
예민을 키워드로 도서 검색을 하면, 예민한 부모, 예민한 아이, 예민한 사람을 위한 책이 가득하다. 고민 상담 게시판에는 예민한 성격을 고치고 싶다는 글이 흔하게 보인다. 예민함은 본인이 가장 괴롭고 힘들지만, 주변 사람도 지치게 하므로 반드시 고쳐야 하는 질병처럼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돌부리도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는 내가 싫었다. 그래서 예민함이나 예민한 아이를 위한 육아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이대로 악순환을 이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그 상황을 대하는 나부터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예민함은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예민함을 조절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한다. 또한, 예민한 사람은 세심하며 공감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 등이 뛰어나다고 한다. 예민함이 가진 장점을 살리되, 예민함을 조절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동안 아이도 나도 예민하다는 사실은 깨달았지만, 이를 조절하는 방법은 몰랐다. 몰랐다기보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예민한 성격을 가졌다는 자체를 원망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육아하는 엄마로 사는 일은 셀 수 없이 많은 자극과 변수로 가득하다고만 생각했다. 아이에게도 그랬던 것 같다. 나의 불안함과 예민함으로 지나치게 아이의 말이나 행동에 개입하고 압박해 왔다.
예민함이 죄는 아니지만, 조절하지 못하는 예민함은 죄가 될 수 있다. 자극과 반응 측면에서 덜 예민해지려고 애쓰지 말고, 예민함을 느끼더라도 그 감정과 상황을 조절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를 갉아먹고, 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예민함을 미워하기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마음으로 아이와 내 마음에 있는 예민함과 잘 지내는 법을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