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차이, 괜찮을까?
성격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나 품성이다. 이 사람은 이렇다!라고 특징짓는 지속적이며 일관된 행동 양식을 말하기도 한다. 선천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영향에 의하여 만들어져 간다. 남과 다른 자기만의 행동 양식이기에 우리는 각자 자시만의 성격을 가진다. 근본적으로 남과 다른 게 성격이다. 하지만 와, 저 사람 성격 있네!라는 표현처럼 그 다름의 정도가 강하게 느껴지거나 무언가 부정적으로 판단할 때 성격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흔하디 흔한 결별 사유 중 하나가 성격 차이다. 그렇다면 부부 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 등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성격 차이는 나쁘기만 한 걸까? 엄마 혹은 육아 라이프에서 성격은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같은 상황에서도 성격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게 정말 다르다. 사람들은 심리 테스트, 성격 유형 검사 등 본인 혹은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성격을 알아보고 서로 살펴보는 걸 좋아한다. 최근까지도 MBTI로 보는 성격이나 그에 대한 학습법, 훈육법, 친해지는 방법 등 각종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물론 MBTI 검사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고, 온라인에서 간단히 하는 그 검사 자체의 신뢰성은 아예 없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물론 사람들은 정확도나 신뢰도보다는 공통 대화 주제 혹은 재미로 이 16가지의 성격 유형에 빠져든 것 같다.
어쨌든, 나와 남편도 검사를 해봤다. 나는 매번 할 때마다 달라지는 편이지만, 남편의 유형은 대체로 한결같다. 함께 검사했던 어느 날, 남편은 INTP, 나는 ESFJ가 나왔다. 그렇다. 우리는 4글자 중 어느 한 글자도 일치하지 않는다. 비단 이 검사 결과가 아니더라도 2010년에 만나서 2023년까지 함께하면서 맞는 것보다 맞지 않는 게 더 많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니 허구한 날 갈등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 다름이 서로가 궁금하고 끌렸기에 지금의 순간까지 오지 않았을까. 성격도 취향도 비슷한 커플도 부럽지만, 개와 고양이, 고양이와 쥐처럼 아웅다웅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도 재밌게 느껴지기도 한다. 성격 차이가 이혼 사유가 될 수도 있지만, 관계 연장의 중요한 동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MBTI를 서로 알고 나서 온라인에 있는 정보들을 보니 재밌었다. 특히 INTP 유형의 부모들은 반복적인 일상 챙기기와 집안일, 식사, 수면 등의 규칙적인 돌봄을 챙기는 것이 어렵다는 것과 동시다발적인 여러 가지 해야 하는 일에 에너지가 소진됨을 느낀다는 게 남편이 힘들다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그런데 사주를 보러 가면 무슨 말을 해도 전부 나에게 맞는 말처럼 느껴지듯이 MBTI 내용도 그랬다. 육아하면서 저런 마음 느끼지 않는 사람이 더 없지 않을까. 재밌기도 했지만, 가끔 읽다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다른 성격을 가졌듯 아이를 대하는 태도나 일상을 유지하는 방식도 모두 달랐다. 타협점을 찾아가고 서로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고 맞춰가는 일은 그저 재밌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함께 살기 위해, 그리고 행복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는 건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아이의 성격도 보이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임신 중 태아일 때부터 아이는 자신의 성격을 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초음파를 보러 가면 매번 얼굴을 가리는 아이도 있다는데, 우리 아이도 그렇게 반겨주는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딸꾹질은 어찌나 자주 하는지. 태아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임신 기간을 보내는 것도 성격 차이의 시작이 아닐까. 아이가 말문이 트이고 나니, 아이의 성격을 알아가는 건 더욱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극과 극으로 다른 남편과 나의 성격을 반반씩 섞은 것 같다가도 아이 혼자만의 특징이 확연히 드러나기도 한다. 우리는 아이의 MBTI 유형은 INFJ일 것 같다며 웃기도 했다.
한동안 유행했던 ‘엄마가 속상해서 빵을 샀어.’를 아이에게 해봤다. 아이는 나와 같이 속상한 표정을 지으며 어떤 게 속상하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안아주겠다고 다가오더니 ‘괜찮아, 다 잘 될 거야.’라고 토닥여줬다. 아차 싶었다. 아이의 반응을 보고 나서 장난으로라도 아이의 마음을 건드리는 건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덕분에 속상함이 사라졌다고, 고맙다고, 이제 괜찮다고 말해줬다. 그랬더니 그러면 빵은 어디 있냐고, 무슨 빵이냐고 묻는 아이. 빵이 궁금했지만, 엄마의 속상함 먼저 챙겨줬구나 싶어서 미안하고 고마웠다. F면 어떻고 T면 어떠하랴. 사실 저 문장의 반응 하나로 그걸 나눈다는 자체가 우습지만, 육아 일상에 하나의 재미 혹은 추억은 되었다.
요즘은 기질 육아라는 말도 흔히 한다. 기질은 사회생활과 정신건강에 있어 중요한 특징으로 세상에 접근하고 반응하는 방식을 말한다. 개인 고유의 스타일이며 선천적으로 타고난 특징이다. 부부의 궁합도 중요하지만, 아이와 부모의 궁합도 중요하다. 부모의 기질과 아이의 기질이 다르면 서로가 힘들다고 한다. 부모의 육아 방식에 따라 성격이나 기질이 결정된다며 부담을 팍팍 주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의 성격 혹은 기질에 맞춰서 육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 키우면서 알아야 하는 게 왜 이리도 많은가 싶다.
내가 육아하면서 힘들다고 느끼는 게 아이의 기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나와 너무 다른 기질을 가져서 그랬을까. 남편은 아이가 하루하루 나의 말과 행동, 성격을 닮아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아이의 성격 혹은 기질은 오늘도 만들어지는 중이고, 나도 일관성 속에서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물감의 색을 자연스럽게 섞어 새로운 색을 만들 듯, 우리도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 아이의 색도 나의 색도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매 순간 새로운 색을 만든다.
성격이나 기질을 섣불리 판단하는 일은 참 위험하다는 생각 한다. 학창 시절에도 친구들이 너는 이렇다 저렇다 정해놓은 틀에서 나를 판단하는 게 싫은 적이 있다. 상황마다 느끼거나 행동하는 게 달라질 수도 있는데도 왜 일관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게 답답했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다는 가시나무 가사처럼 우리에게는 다양한 성격이 존재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 달라는 말처럼 성격의 다양성도 인정해줘야 한다. 물론 일관되고 지속적인 무언가는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조금씩 볼 수 있는 새로운 면도 성격임은 분명하다.
하나의 개인으로도, 부부로도, 부모로도 성격은 어렵고도 신기하고 재밌다. 서로가 다르기에 알아갈 수 있고, 서로의 비슷한 점을 발견하면 반갑고 즐겁다. 앞으로 아이가 자라면서 아이의 성격이 만들어질수록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하는 말을 자주 하게 될지도 모른다. 남편에게도 당신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모여서 아름다운 꽃다발이 되듯, 우리라는 꽃으로 우리만의 꽃다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성격 차이로 욱! 하는 마음이 들더라도, 다름이 주는 아름다움과 조화를 즐겨보려고 노력해 본다.
사진: Unsplash의Brett Jord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