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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Nov 12. 2023

ㅁ-마음

마음 도자기를 빚는 일

마음은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이나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 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 따위가 생기거나 자리 잡는 공간이나 위치 등을 뜻한다. 간단하게 보면, 본성과 품성, 감정과 생각으로 볼 수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마음과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이 많이 생겼다. 내 마음도 잘 모르겠는데, 아이 마음까지 읽어주고 알아주려니 어렵기만 하다.


우리에게는 각자 마음이 있다. 어릴 적에 네 마음만 있냐, 내 마음도 있다.’라는 말을 장난스레 하던 기억도 난다. 육아하면서는 너만 엄마 있냐, 나도 엄마 있다. 나도 엄마 보고 싶다.’라는 혼잣말로 바뀌었지만. 어쨌든 마음의 모양, 크기, 온도 등 어느 하나같은 게 없는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려고 노력한다. 나의 마음을 알아주기 바라는 마음, 너의 마음을 알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이 쌓여서 서로의 마음을 챙길 수 있다. 아이가 자랄수록 일방통행 같던 육아에서 상호작용하는 육아로 바뀌는 일은 어렵지만, 매 순간 신기하고 행복하다.



아이의 마음은 하나의 도자기 같다. 도자기는 조물조물 흙을 빚어 모양을 만들고, 말리고 초벌구이를 하고 색칠하기와 유약 바르기를 거친다. 재벌구이까지 모두 마무리되면 하나의 도자기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 말랑한 흙이 도자기가 되어가듯, 아이의 마음도 부모와의 시간, 세상 속의 다양한 경험 등을 통해 단단하면서도 자기만의 빛깔을 만들어간다.


우리는 아이와 함께 조물조물 모양을 만들고 있다. 부모와 아이가 마음 도자기를 같이 빚어나가는 시기는 앞으로 살아갈 아이 인생에서 아주 찰나의 순간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짧게만 보이는 이 시간이 아이에게 평생 살아갈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부모는 모양의 틀을 정하거나 직접 만들어주지 않고, 아이 스스로 자신만의 도자기를 빚는 힘과 생각을 길러주면 된다. 또한, 초벌구이와 재벌구이의 뜨거운 온도에서 단단히 익어가는 과정을 지지해 주고 기다려주면 된다. 그렇게 아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만의 모양과 색을 만든다.


마음 챙김이라는 말이 있다. 마인드풀니스(Minafulness)에 대응하는 순우리말 단어이자 현대 명상 문화에서 구체적 명상의 방법을 일컫는 용어이다. 요즘은 마음 챙김 육아, 마음 읽어주는 육아 등 아이의 마음을 살피는 육아에서도 이 말을 자주 쓴다. 또한, 육아하는 엄마의 마음에도 마음 챙김이 필요하다. 마음 도자기를 빚어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빛을 잃지 않도록 소중히 여기는 태도도 중요하다. 아이의 마음 그릇이 어떤 모양이나 깊이를 가졌는지 살펴보고, 그 속에 담긴 감정이나 상황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그리고 조선미 교수님의 말씀처럼 마음 읽기와 훈육의 균형도 중요하다. 이러니, 엄마로서 하나의 성숙한 인간이 되면서도 아이 하나를 키워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루에도 또는 몇 분 사이에도 수십 번씩 바뀌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일은 너무나 까다로운 숙제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내 마음은 누가 알아주나 싶은 서러움이 밀려들기도 한다. 육아하면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이 많이 생긴 만큼, 생각의 꼬리도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어떤 육아를 해야 하는지, 내 마음은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우리가 지금 빚고 있는 도자기는 무슨 모양이 되고 있는지, 아이가 만들어가는 도자기를 그저 지켜보고 응원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등.


어쨌든 오늘도 우리는 마음 도자기를 같이 빚는다.

함께 할 수 있는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 보자고 마음을 먹어본다.




*사진: UnsplashBlake Ch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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