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게 하는 힘, '나 챙김'
육아는 매일 반복된다.
아무리 하고 또 해도 티가 나지 않지만, 멈추면 티가 나는 집안일도 매일 돌아온다. 그리고 고단해 보이는 남편의 출근도 매일 이어진다. 심지어 주말까지도. 이렇게 우리에게는 언제나 되풀이되는 일과가 있다.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몸과 마음은 쉽게 지치고 무력감에 빠진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하루가 시작되는 게 달갑지 않은 날도 있다. 그러나 알다시피,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루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매 순간을 무력감과 우울함으로 채울 것인지, 만족감과 성취감으로 채울 것인지는 나의 선택과 행동에 달려 있다.
리추얼 라이프라는 말이 있다.
시사상식사전에 의하면, 리추얼 라이프(Ritual Life)는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 의례를 뜻하는 '리추얼(Ritual)'과 일상을 뜻하는 '라이프(Life)'가 합쳐진 말이다. 그리고 메이슨 커리는 <Daily Rituals: How Artists Work>에서 리추얼을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이라고 정의했다. 쓰디쓴 커피처럼 느껴지는 일상에 달콤한 시럽 한 스푼을 넣듯이, 매일 반복되는 일과에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는 나만의 시간 혹은 의식을 갖는 것이다. 나에게 리추얼은 육아 혹은 일상을 행복하고 안정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한 변화이자 노력이었다.
육아에는 루틴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루틴은 반복적으로 하는 습관, 즉 몸에 배어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행동이다. 규칙적으로 하는 일과 혹은 행동이 루틴이라면, 리추얼은 그런 ‘루틴’에 의미를 부여하고 나만의 의식을 치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성취감과 만족감은 더하고, 무기력함과 우울함은 뺄 수 있다. 먹이고, 놀아주고, 씻기고, 재우는 등 반복적인 육아 루틴에 나만의 리추얼을 더해본다. 내가 만족스럽고 행복한 일상을 채우면, 아이의 일상에도 그 에너지가 스며든다.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루틴, 리추얼 모두 필요하다.
아이가 태어난 지 100일이 지날 무렵이었다.
여전히 아이는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깼다. 안타깝게도 그런 생활은 200일이 넘도록 이어졌다. 그런 나날 속에 부족한 잠 때문에 몸과 마음은 지쳤고 일상은 무너졌다. 그때쯤부터 오히려 나를 더욱 챙기기 시작했다. 이대로 무기력함과 우울함에 빠질 수 없었다. 아이가 낮잠을 자는 동안, 책을 읽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며 운동했다. 육아로 시작해서 육아로 끝나는 하루였지만, 아주 잠시라도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했다. 그리고 낮잠 시간, 육퇴(육아퇴근) 후 시간 등 자투리 시간이 늘어가는 게 행복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나의 리추얼 육아 라이프의 시작이었다.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거나 거창한 것을 하는 게 아니다.
소소하지만,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면 된다. 매일 하다 보면 그 힘이 쌓여서 나를 채워준다.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조금 비우면 된다. 아침에 물 한 잔 마시는 1분, 긍정확언을 하는 2분, 명상하는 5분, 스트레칭하는 10분, 책 읽는 30분처럼 실천하기 쉬운 활동부터 하면 된다. 활동 시간의 길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그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고, 행복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다 보면 그런 활동이 많아진다. 그렇게 채워진 행복과 긍정 에너지는 하루를 살아낼 원동력이 된다.
요즘은 오전 5시 40분에 눈을 뜬다.
물을 끓여서 찬물과 섞어 미지근한 물을 만들어 마신다. 굳이 물을 끓이는 이유는 미지근한 물이 건강에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루의 시작에 온기를 더하고 싶은 나만의 의식이다. 물 한잔을 마시며 긍정확언을 읽고 듣는다. 드로우앤드류의 긍정확언을 주로 듣는다. 이어서 잠에서 덜 깬 몸과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명상과 스트레칭을 한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마음도 덩달아 개운하다. 산뜻해진 몸과 마음으로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이른 아침에도 문을 여는 동네 카페에 들러 그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의 활력도 느끼기도 한다. 아이가 깰 때까지 이렇게 여유를 즐기고 나면, 아이를 맞이할 때도 아침 햇살처럼 밝은 마음으로 안아줄 여유가 생긴다.
아이에게도 이런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어서 매일 노력 중이다.
눈을 뜨면 기지개를 쭉-켜고 스트레칭을 한다. 침대에 누워서 같이 스트레칭을 하며 키득거린다. 그리고 아이를 위해 적어둔 긍정확언을 같이 읽거나 들려주며 안아준다. 아이 스스로 침대 정리를 하거나 내가 도와주며 잠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어찌 보면 단순히 눈을 떠서 일어나는 것으로 끝날 수 있는 일과이지만, 그 순간부터 행복함을 더해주고 싶은 엄마 마음이랄까.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아이가 원하는 책을 2-4권 고르게 하고, 그 책을 읽고 나면 자장가를 불러주거나 토닥토닥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든다. 아침에는 ‘오늘도 사랑해’를 속삭이고, 저녁에는 ‘오늘도 크느라 고생했어, 잘 자, 사랑해’를 속삭인다. 매일 아침과 저녁마다 쌓아온 우리의 리추얼은 아이의 일상에도 천천히 스며들고 있다.
루틴이든 리추얼이든 우리에게 필요한 건 꾸준함과 편안함이 아닐까.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움직일 만큼 익숙하게 이어지는 일상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를 위한 ‘챙김’과 ‘의식’의 꾸준함은 편안함에 만족감을 더한다. 루틴과 리추얼을 통해 예측 가능한 일상이 주는 편안함과 나에게 활력을 주는 활동이 주는 안정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물론 꾸준히 이어가는 일은 어려울 수 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듯 잠시 멈칫거리며 넘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매일 쌓아온 힘은 강하다. 비록 넘어지더라도 그 힘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마음이다. 마음만 있다면 넘어지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늘 아침도 아침 햇살이 드는 카페 창가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귓가에 흐르는 편안한 음악과 마음을 담아 풀어내는 나의 이야기가 이 시간을 채워준다.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오롯이 나를 위해 이어가는 나만의 의식. 무기력함과 우울함이 밀려온다면, 아주 작은 것부터라도 일단 해보자. 눈덩이를 굴리듯이 나만의 리추얼을 굴려보자. 우울함은 눈덩이 속에 묻히고, 귀여운 올라프 같은 자신만의 눈사람이 만들어질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