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슈퍼마켓, 식료품점, 대형마트, 편의점, 한인마트, 온라인 쇼핑 등 필요한 것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다양했고 쉬웠다.
그리고 워낙 글로벌한 시대이다 보니
다국적 기업의 제품, 매장 등
익숙한 것이 워낙 많아서 반가웠다.
처음에 필요했던 매트리스, 이불, 책상, 식기 등 어지간한 물건들은 target과 walmart에서 구입했다.
우유, 계란, 고기 등 식재료들은 whole food market에서 배달 주문을 하기도 하고 metro market에서 구입하기도 했다. 워낙 마트 종류가 많아서 이곳저곳 기웃기웃 다녀보다가 metro market에 정착할까 하는 중. 마트마다 Asian food 공간이 대체로 있는 편이라 거기로 가면 농심 컵라면도 있어서 신기했다.
동네에 한인마트는 작은 편이라 아쉬웠는데
시카고에 있는 H마트는 진짜 크고 종류가 많아서
간 김에 필요한 것들을 조금 쟁여왔다.
Kwik trip이라는 우리의 편의점 같은 곳은
비상약, 위생용품 등 급할 때 필요한 것들도 있고
커피, 빵, 햄버거, 소시지 등 먹을 것도 많아서
종종 이용하기 좋았다.
미국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는
크든 작든 마트 안에 꽃을 파는 곳이 꼭 있었다.
우리나라 마트에도 꽃집이 있긴 했는데
동네 식료품점이나 편의점에서도 꽃다발을 팔아서
꽃을 좋아하는 나는 볼 때마다 행복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도 골고루 사 먹는데
닭 넓적다리 살에 꽂혔다♡
소고기 다짐육은 한팩 사면 두루두루 써도 양이 많다.
종이로 포장해주는 것도 신기했다.
소중한 깐 마늘과 쌀..♡
쌀은 몇 번의 실패 끝에
일단은 우리 쌀 느낌 나는 것으로 정착했다.
종자는 우리 거지만 재배는 캘리포니아에서 한 쌀.
우리가 먹던 컵라면의 맛과는 좀 다르지만
그래도 반가운 컵라면.
우리 아기 최애인 핑크퐁 무조미 김♡
시카고에 가니 한국 느낌 가득 받을 수 있는
그런 공간들이 많았다.
조선옥 가서 차돌박이랑 냉면이랑 볶음밥 먹고 오니
정말 행복했다.
감자 깎는 칼을 10달러를 주고 산 이야기를
여기 와서 알게 된 분께 했더니
Dollar tree라는 천냥 샵 같은 곳을 알려주셨다.
오기 전에 들은 적이 있었는데 와서는 까맣게 잊었다.
다이소만큼 맘에 들고 필요한 물건들이 다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흡족하게 쇼핑을 했다.
아마존으로 아기 장난감도 사고 내 잠옷도 사고 소소하게 필요한 것들을 주문하는 것도 이젠 조금 익숙해졌다. 홈페이지에서 한글로 물건 검색을 해도 영어로 결과가 나오는 것도 신기하다. 쿠팡만큼 다음날 오는 것은 잘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 중.
미시유에스에이 또는 한품처럼 한국 제품을 파는 사이트들도 종종 이용하니 좋았다.
2. 운전과 주차도 조심히 해보자!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매디슨으로 오는 길에 렌터카를 운전하는 남편을 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이 동네에서 운전을 할 수 있을까.
남편은 캠퍼스를 순환하는 셔틀버스를 주로 이용했다. 그래서 아기 케어를 하는 내가 운전할 일이 많아졌다. 다행히 구글 지도 어플에서 한글로 내비게이션 안내가 잘 되는 편이고, 도로 체계도 우리랑 비슷한 편이었다. 근처 동물원, 도서관, 마트 등을 다니면서 조금씩 용기가 생겼다. 그래도 운전은 늘 어렵고 긴장된다.
Stop표지판이 곳곳에 있는데 대부분의 차들이 칼같이 멈췄다가 가는 것도 신기했다. 그리고 주차를 주로 전방주차를 하는 것과 비보호 좌회전할 수 있는 곳이 따로 표지판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 등 다른 것을 알아가는 게 재밌다.
주차장이 구비되어 있지 않는 곳을 가는 것은 약간 무서워서(?) 안 해봤는데 최근에 도전했다. 공영주차장을 찾아서 주차 티켓을 끊어서 이용하기 성공. 다음번 도전은 갓길에 주차 기계 이용해서 주차하기를 해봐야겠다.
3. 아기용품, 전부 다 있다!
미국은 우리보다 면 제품들이 별로라던데
아기 옷을 2년 치를 다 사가야 하나
아기 장난감이랑 책을 싸가야 하나
아기 로션이랑 약도 넉넉히 사가야 하나
아기 매트는 가서 주문해야 하려나 등등
우리 물건들은 어떻게든 되겠지 하다가도
아기랑 관련된 고민은 끝없이 이어졌다.
미국에서 애 셋을 낳고 키우며
10년 이상 살고 있는 지인에게 물었다.
2년을 가게 되었는데, 무엇을 꼭 챙겨야 할까.
내 고민을 무의미하게 만든 대답은
여기도 다 있으니, 그냥 맨 몸으로 와도 된다 였다.
남편은 해외 직구로도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는 미국을 가는 건데 뭐가 불안하냐고 놀렸다.
그래서 당장 쓰던 아기 물건들과
집에 사뒀던 물건들 중 몇 가지와
2주 치 분량 정도 되는 아기 식량과 간식만 챙겼다.
바디워시와 바디로션을 다 쓰고 나서 새로 사고
챔프 노즈 다 먹고 나서 아기 콧물 약도 새로 사고
아기 내복과 겉옷, 장갑, 겨울 모자도 새로 사고
아기 장난감과 책도 새로 사고 책은 도서관에서 빌리고
거버 유아식과 간식 등 아기 먹일 것들도 새로 사고
새로 사다 보니 진짜 괜한 걱정들이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적은 책과 장난감으로도
아기와 내가 충분히 잘 지내고 있어서
그동안 너무 많은 자극 속에서 키웠나 반성했다.
4. 집, 아직 적응 중이라도 괜찮네!
오기 전에 열심히 찾아보니
겨울에 매우 춥고 건조한 편이라고 했다.
지내보니 가습기를 켜지 않으면
습도가 30프로도 안될 때도 있다.
라디에이터로 난방이 되면
실내 온도는 24-26도이긴 한데
난방이 잘 안 되는 건지 조금 춥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렇게 지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아기방과 우리 방에 쓸 가습기를 구입했다.
여기 오기 전에도 계속 고민했던 것이
물에 석회 성분이 많은 것이었는데
가습기에도 뿌연 것들이 가득해져서
가습기를 쓸 때 필터가 있는 것을 사거나
증류수를 사서 쓰기도 한단다. 우리도 증류수 구입!
다행히 아기에게 지지야~ 안되는 거야~ 했더니
방에 둬도 딱히 만지거나 하지 않고 구경만 한다.
그리고 요리도 그냥 수돗물로 하고 있다. 필터를 사와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살다보니 별로 의식하지 않고 석회가 있든 말든 씻고 요리하고 잘 쓰고 있다. 물 끓이고 난 뒤에 허옇게 남아있는건 아직 좀 적응이 안되지만.
가습기를 켜면 40-50프로까지는 올라간다.
주방 조리기구가 가스레인지도 아니고 인덕션도 아니고 열선으로 된 것이라 당황했다. 사실 지금도 적응이 안 될 때가 많다. 청소도 번거롭다. 이건 차차 적응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여기 오기 전에 가장 싫었던 것은 공용 세탁기와 건조기를 써야 하는 것이었다. 기숙사나 자취생활을 하면서 공용 시설에 익숙한 남편은 그게 뭐가 문제냐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아기 빨래도 자주 해야 하고 아기 케어하며 틈틈이 빨래를 해야 하는 나는 집에서 나와서 지하에 있는 세탁실을 가야 하는 것이 너무 싫고 막막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써야 하는 것과 아기 빨래와 우리 빨래를 구분해서 하기가 힘들어지는 것도 불안했다. 그런데 막상 와서 아기 것과 우리 것을 함께 빨래도 돌리는 것도 나름대로 익숙해지고 마음도 많이 내려놓게 됐다. 세탁하러 가는 것은 남편 퇴근 후에 둘 중 한 명이 후다닥 다녀오면서 해결하고 있다.
설거지도 아기 수세미와 세제도 따로 썼었는데 여기 와서는 그냥 다 같이 쓴다. 조리 도구나 식기도 구분해서 쓰던 것도 이젠 같이 쓴다.
제로 육아라는 책에서인가 아빠 양말이랑 같이 아기 빨래를 한다고 해서 큰일 나지 않는다고 한 내용도 전정 긍긍하던 마음을 내려놓은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기 옷도 우리 옷도 참 많았다. 막상 입으려고 하면 입던 것만 입고 옷이 없다고 투덜댔지만.
큰 캐리어 하나와 이민가방 하나에 아기 옷, 우리 옷을 챙겼다. 우리가 출국할 때만 해도 낮엔 더워서 여름옷도 조금 챙기고 가을, 겨울 옷 위주로 챙겼다.
옷이 너무 부족한가 싶었다. 그러나 2달 지내는 동안에 조금 불편하긴 해도 큰 문제없이 잘 지냈다. 내가 무엇을 입는지 남을 크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니 한결 편해졌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도 즐겨 입던 옷은 몇 벌 안되었던걸 생각하면 진작 이렇게 비워도 될 뻔했다. 옷장이 서랍장이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옷을 널어놓는 것이 좀 아쉽지만, 정리를 좀 더 해봐야겠다.
글을 쓰고 난 뒤에
미루고 미루다가 옷 정리를 마쳤다.
작긴 하지만 욕조와 샤워 커튼도 구비가 되어있어서 아기 씻기기도 좋다. 대신 화장실 바닥이 그냥 바닥이고 물구멍이 없어서 청소하는 게 좀 어색하고 불편하다.
창문이나 구석진 곳 등등 거미와 거미줄은 매일 새롭게 나타난다. 거미랑 벌레들과 익숙해져야 할 텐데... 볼 때마다 놀랍고 놀란다. 최근에는 개미와의 전쟁 중.
처음 온 날은 라디에이터에 켜켜이 쌓인 먼지와 머리카락 등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 그런데 치우다가 지치고 한계를 느껴서 그저 흐린 눈 하고 못 본 듯 지내고 있다. 라디에이터 쓰기 싫다고 징징거린 적도 있지만. 난방하면 뜨거워져서 아기가 만지다가 다칠까 봐 그것도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다행히 앗뜨거야~라고 알려주고 나니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 아기가 커서 말귀를 알아들으니 생각보다 지낼만하다.
방과 거실은 카펫이 깔려있고
주방과 현관은 타일이 깔려있다.
출입문이 2개인데 하나는 현관에 있고
하나는 방에 있다. 방에 있는 현관문을 보고 당황스러웠다. 아마 떠날 때까지도 저 문으로 밖을 나가진 않을 듯하다.
우리 앞집이 비어있었는데 이사 예정인 사람이 생기니 카펫 청소부터 집안 정비를 며칠 동안 하였다. 그걸 보고 나니 우리 집도 저렇게 정비해줬겠구나 싶어서 안심이 됐다. 물론 그래도 짐 정리하며 구석구석 닦으면서 한숨을 쉬긴 했지만.
아기가 아직 어려서 매트를 사서 깔아야지 했는데
카펫에서도 안 다치고 잘 놀았다. 집이 1층이라서 층간소음 때문에 깔아야 될 이유도 없으니 더더욱 매트의 필요성이 사라졌다. 평소에는 카펫용 청소기를 사서 청소하고 주기적으로 업체를 불러서 청소를 하면 된다고 한다. 목조 건물이라 위층의 움직임이 삐그덕 소리로 다 전해지는 걸 격하게 느껴보니 1층이라 정말 다행이다 싶다.
걱정꾼인 나의 또 다른 걱정은 아기와 공간 분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현관이 바로 거실에서 이어지는 것과 쓰레기통과 분리수거함을 둘 곳이 마땅치 않는 것과 주방을 막을 수 없는 것 등이 답답했다. 안전문을 애정 하며 이용했던 터라 아기가 이것저것 건드릴까 봐 너무나 불안했다. 그런데 신발 신고 바로 거실로 들어가려고 하거나 맨발로 현관에 나가려는 행동들은 여기서 지내면서 반복해서 안내했더니 거의 없어졌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자연스럽게 현관 경계에 딱 앉아서 신발 벗기를 기다린다. 쓰레기통도 지지야~ 몇 번하고 난 뒤에 근처도 잘 안 가고 어쩌다 한 번씩 관심을 가지다가도 금방 포기(?)를 한다.
물론 주방은 이것저것 다 열어보고 꺼내고 만지고 갖고 놀려고 해서 그래도 되는 것들로만 공간을 정리해뒀다. 여기저기 손 뻗고 까치 발해서 구경하고 하는 모습들이 가끔은 스트레스가 되다가도 귀엽다.
미국 와서 재밌는(?) 것 중 하나는 우편함이다. 잠겨있어서 자기 열쇠가 있어야만 열 수 있다. 뭔가 온 게 있나 없나 구경하러 갈 때마다 재밌다. 예전에 종이 신문 속에 끼어들어오던 전단지들도 여기서 상당히 자주 보게 됐다. 아기랑 놀아주는 용도로 잘 쓰고 있다. 우리 아기도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음식물&일반쓰레기 버리는 곳과 재활용쓰레기 버리는 곳으로 구분된 2개의 쓰레기함만 있어서 한국에서처럼 음식물, 일반쓰레기, 종이, 유리병, 플라스틱 등등 세세하게 구분하지 않고 버리는 것도 어색하지만 적응 중이다.
5. 다른 문화를 느끼는 건 즐겁다!
미국 사람들이 풋볼을 좋아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 열기와 관심은 생각보다 더 뜨거웠다.
경기 있는 주말에는 각종 응원 복장을 입은 채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잔뜩 볼 수 있다. 무슨 행렬 마냥 줄지어서 우르르 이동하는 것을 보고 신기하고 즐거웠다. 날씨가 좀 덜 추워지면 아기랑 경기도 보러 가고 싶다. 식당에서도 풋볼 경기 영상을 틀어둔 곳이 많고, 마트에 가도 풋볼팀 굿즈들을 많이 판다.
풋볼 외에도 핼러윈과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을 즐기며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설렜다. 집집마다 각종 장식품과 조명으로 꾸미는 것을 보면 정말 이 행사에 진심이구나 싶을 정도. 거실 한가운데에 커다란 트리를 만들어둔 가정집을 보면서 그림 같다고 느꼈다. 반짝이는 조명들로 꾸며진 집들을 보면서 전기세가 많이 나오진 않나 라는 현실적인 호기심도 들지만, 낭만이 가득한 풍경이 꿈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