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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May 09. 2022

해바라기 싹이 돋아났다.

나의 꽃도 싹트는 중.


아기와 매주 화요일에 교육센터에 간다. 지난 화요일에는 '가드닝'이 주제였다.

미국 와서 재미난 것 중 하나는 다들 자기 집 마당을 관리하거나 텃밭 가꾸는 것에 아주 열성이라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봄이 오면서 모종이나 씨앗도 많이 팔고 가드닝을 하는 이들도 아주 많다. 교육센터에서도 가드닝에 대한 책도 읽고 활동을 했다. 간식도 마치 흙처럼 쿠앤크 초코 푸딩을 준비했던 것도 귀엽고 재밌었다. 물론 우리 아기에는 차마 주지 못하고 내가 다 먹었지만.

플라스틱 컵 화분에 흙을 담고 구멍을 내서 씨앗을 심었다. 아기와 함께 하는 첫 씨앗 심기 활동이었다. 아기의 손길보다는 내 손길 위주로 심어지긴 했지만, 우리 아기도 해바라기와 해바라기 씨앗에 대해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일주일 정도 지났지만, 싹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아침마다 눈길만 주던 어느 날! 드디어 싹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오후가 되니 점차 자라나더니 쑤욱-돋아났다.



해바라기씨에서 돋아난 싹을 보고 있으니 새삼 생명의 소중함과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아이도 해바라기를 보여달라며 많이 궁금해하고 신기해했다. 나도 그러한데 우리 아기는 얼마나 궁금할까.



씨앗도 톡 떨어져 나가고 잎도 활짝 벌어지더니 그 사이로 또 새 잎이 돋아났다. 겨울 동안 텅 비어있던, 창밖의 나무에 돋아난 새싹들도 나날이 풍성해지고 있다. 자연은 이렇게 때가 되면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 자신의 생명을 키워나간다.



씨앗을 몇 개를 심었지만, 하나만 싹이 나길래 나머지는 잘못 심었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하나가 싹트고 나서 며칠 뒤에 포기하고 있던 다른 씨앗에서도 싹이 올라왔다.


겉으로 보기에 똑같아 보이는 씨앗이지만 같은 날 심고 같은 환경에 두어도 싹이 돋아나는 순간은 다르다. 씨앗을 심고 나서 시간을 두고 기다려줘야 하는 이유다.


같은 나이, 같은 교실 속에 앉아있지만 아이들마다 가진 씨앗도 모두 다르다. 싹이 돋아나는 순간도 다르고, 피워낼 꽃도 다르다. 필요로 하는 물과 햇빛의 양도 다르다.
아이들이 꽃을 피워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살펴봐주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다. 나는 그 기다림을 잘 해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나의 아이에게도 기다려줄 수 있을지 반성하게 된다.


나의 씨앗은 꽃을 다 피워냈을까. 나는 나에게도 싹이 트고 꽃을 피워낼 시간을 제대로 주지 못했던 것 같다. 늘 조급하고 쫓기는 기분에 다른 이와 비교하기 바빴다. 나만의 꽃을 찾는 일은 나에게도 기다림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한동안 해바라기의 싹이 나고 꽃을 피워내는 동안 나도 나의 꽃을 살펴보게 될 것 같다. 나도 해바라기도 성장하는 계절이다. 계절의 끝에 나도 나의 꽃을 피워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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