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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Jul 18. 2022

여전히 포기하기 어려운 예쁜 쓰레기.

눈으로만 예뻐해 볼까나.

 



  쓰레기라는 단어에 붙이기에는 참 고운 말, 예쁘다. 그런데 예쁜 쓰레기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귀엽고 예쁘고 갖고 싶지만, 갖고 있어도 어디 딱히 쓸 곳은 없기에 쓰레기라는 단어가 붙은 것이다. 예쁜 쓰레기라고 하지만, 나는 그것의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행복해지니 충분히 소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꾸만 눈에 밟혀서 차마 사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순간도 많았다.


  예쁘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갖고 싶다 등 어떤 물건을 보고 감탄을 자주 하는 편이다. 남편은 나와 문구점에 가는 것을 싫어할 정도로 한번 가면 넋을 놓고 구경했다. 사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아주 작은 것 하나를 사더라도 빈손으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 작고 소중하고 귀여운 것이 많은데,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예쁜 쓰레기라는 표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온갖 이유를 들며 필요성을 찾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예쁜 쓰레기를 포기하기 시작했다. 이사하고 출국하고 육아하며 나의 생활이 계속 바뀌다 보니, 쓰지 않는 물건은 말 그대로 짐이었다. 예뻐서 사뒀지만 아까워서 아껴두느라 못 쓴 문구류, 귀여워서 사뒀지만 둘 곳이 애매해진 인형, 갖고 싶었지만 정작 집에서는 자주 쓰거나 찾지 않은 물건들. 둘 공간도 점점 애매해지고, 청소할 때마다 걸리적거리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출국을 앞두고 나니 가방에 꼭 챙겨야 할 물건이 아니었다.


  눈물이 나도록 아쉬웠지만, 하나씩 비우기 시작했다. 나눔이나 판매하면서 나에게는 소중한 물건이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예쁜 쓰레기가 아니라 그냥 쓰레기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아끼다가 똥 된다는 말처럼 오래된 물건 일부는 예전처럼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여행지에서 사 온 예쁜 쓰레기들은 나눔이나 판매도 하지 못하고 그냥 비워야 하기도 했다.





  지금도 마트나 인터넷 쇼핑을 하다 보면, 여전히 마음이 동할 때가 많다. 너무 갖고 싶고, 없으면 아쉬울 것 같고, 지금이 아니면 갖지 못할 것만 같은.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사진을 찍어두거나 눈으로 열심히 담아본다. 그리고 혼자 되새긴다. 사자마자 마음이 바뀔 수도 있고, 결국은 자리만 차지하다가 버려질 물건이라고. 미국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짐을 챙길 때가 오면, 그때도 분명 예쁜 쓰레기를 위한 자리는 없을 게 분명하다.


  미니멀 라이프를 도전하면서 주변의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지인을 떠올리게 된다. 그들의 공간은 언제라도 이사를 떠날 수 있을 것 같고, 누구라도 초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집에 불필요한 물건이 밖으로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예쁜 쓰레기를 모으거나 꺼내 두는 경우가 없었다. 나의 짐 정리 방향 세우기에 큰 도움을 줬던 BK도 딸 쌍둥이를 키우지만, 집에 가면 아이가 없는 집보다 짐이 없을 정도이다.





  예쁜 쓰레기는 여전히 포기하기 어렵지만, 눈으로만 예뻐하고 마음에만 담아두는 것. 그것이 지금 내 상황에서 진짜 그 물건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상황에서 당장 갖고 싶은 욕심만으로 구매하는 것은 예쁜 쓰레기를 진짜 쓰레기로 만들었다. 이사도 출국도 육아도 안정되고, 나의 공간이 정돈되고 나면 다시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마음을 간직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꼭 필요한 물건을 살 때, 조금 더 예쁘고 귀여운 디자인을 고를 수는 있겠지만 예쁘고 귀엽다는 이유로 물건을 사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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