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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Sep 26. 2022

너무나 다르지만, 함께 사는 일.

그와 그녀의 이야기.


  많은 면에서 아주 다른 두 사람이 만났다. 다른 점이 끌렸을까, 만남이 인연이 되고 그 인연이 결혼으로 이어졌다. 만나면 만날수록 서로가 정말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공통점도 있고 통하는 부분도 있어서 만남이 인연이 되었을 것이다. 다르기에 서로를 통해 달라지기도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지기도 했다. 그와 그녀는 같은 듯 다른 듯한 서로의 모습에 맞춰보기도 하고 갈등하기도 하며 1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그와 그녀는 소리에 예민하다. 그는 음악 듣기를 좋아하고, 악기 연주를 즐겨한다. 음의 차이도 잘 찾아내고, 제법 비슷하게 소리를 만들기도 한다. 그녀는 특정한 소리에 피로를 느끼는 편이다. 특히 껌을 씹는 소리, 일정하게 들리는 소음처럼 일상 속에서 흔히 들리는 소리에도 짜증이 일어난다. 그녀는 혼자 있을 때조차도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두고, 음악도 작은 볼륨으로 들을 정도로 소리 자극을 싫어한다. 그래도 그와 그녀는 좋아하는 노래, 가수가 통하며 함께 노래 듣기와 부르기도 즐거워하며 때로는 서로의 취향을 존중한다.



  그와 그녀는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자신이 먹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고 말하지만, 유튜브에서 먹방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요리 영상을 보며 도전을 고민하기도 한다. 반찬 투정을 하지 않다고 했지만, 먹고 싶은 메뉴에 대한 호불호 표현이 확실한 편이고, 같은 메뉴를 여러 차례 먹는 일을 즐기지 않는다. 그녀는 돈을 버는 이유가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사 먹는 것이었을 만큼 식비를 아끼지 않았다. 먹고 싶은 메뉴가 있으면 혼자 고깃집 같은 식당에 가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같은 메뉴를 며칠씩 먹어도 늘 맛있게 먹었다. 좋아하는 메뉴나 음식 취향이 다른 두 사람이 매일 끼니를 함께 먹는 일은 메뉴 결정부터 쉽지 않다.


  그와 그녀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는 쉬엄쉬엄 여유로운 여행을 좋아하고, 틀에 박힌 계획 없이 자유롭게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녀는 쉴 땐 쉬더라도 다양한 것을 보고 듣고 즐기는 여행을 좋아한다. 간단하게라도 일정표나 정리된 계획이 있어야 마음 편하게 여행을 떠난다. 그와 그녀의 여행은 서로에게 한 걸음씩 양보하며 맞춰왔다. 서로의 여행 방식에 조금씩 스며들어 절충된 방식의 여행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와 그녀는 개인 시간이 중요하다. 각자의 시간과 공간에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한다. 충전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그는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악기 연주를 한다. 보고 싶던 영화나 영상을 보며 즐거워하고, 게임을 하며 쾌감을 느낀다. 악기 연주를 마치고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녀는 매일 자신이 정한 루틴을 하며 개인 시간을 보낸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운동하거나 명상을 한다. SNS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계획한 루틴을 완료하고 나면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고 행복해진다.


  그와 그녀는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많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거의 없고,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편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하며,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누가 뭐라고 하든지 자신이 생각한 방향대로 살아간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정말 많은 편이다. 다른 사람의 말에 크게 영향을 받기도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자주 자책하고 좌절한다. 그러나 결국은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고집도 있다. 각자의 소신이 강한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길고도 험난했다. 여전히 진행 중이기도 하다.



  성격이 비슷한 사람과 사는 것과 완전 다른 사람과 사는 것 중 무엇이 더 행복하고 좋은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성격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마음의 넓이와 깊이일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갈 수 있는 여유와 마음이 있어야 한다. 끝과 끝에 있던 두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간격을 메워가며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도 사랑할 수 있는 여유와 마음이.





*전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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