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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Oct 21. 2022

무기력함을 기록할 기력이 생겼다.

아이의 마음가짐이 필요한 시기.

‘어느 순간 방전되어 버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순간을 맞이하곤 한다.’


  이 문장이 정확히 나의 상태를 나타냈다. 일단 시작만 하면 어떻게 해서든 하겠는데, 시작하는 것 자체가 잘 안 되는 것이라는 문장까지. 어쩜 이렇게 무기력함을 잘 나타냈을까 생각했다.



  지난밤 아이를 재우고 나서 의미 없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루틴을 이어가던 때라면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 글을 쓰는 등 무언가를 하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남편의 야근이 이어지고, 나의 발가락 통증과 체력 저하까지 더해지면서 책 읽기도 명상도 운동도 영어 공부도 모조리 멈춘 상태였다. 습관이 제법 잡혀간다고 느껴질 무렵 항상 이런 식으로 원점으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거나, 하고 싶지만 하기 싫은 이상한 상태.


내 일상 속에 루틴이 스며들게 하는 일보다 무기력이 스며들게 하는 일은 아주 쉽게 이뤄진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루틴이 만들어진다면, 무기력은 갑자기 내린 소나기처럼 온몸을 적셔버린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과 마음은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무기력은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었는지도 잊게 한다. 그저 무겁게 가라앉아 점점 더 아래로만 내려갔다.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는 일도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도 브런치북에 도전하는 일도 죄다 머리로만 바쁘게 이뤄졌다. 시간은 가고 마음은 조급해지는데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 무기력한 상황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멍하게 바라보던 휴대전화에서 무기력 극복을 도와줄 책을 찾았다. 그 책이 ‘무기력이 무기력해지도록’이었다. 한동안 앉은자리에서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완독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약 2시간 만에 후루룩 읽어냈다. 내가 왜 무기력해졌는지,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향을 알려주었다.


  이 책의 추천사 중 밑미 CEO 손하빈이 쓴 ‘하루를 열심히 살아냈는데도 공허한 마음이 찾아와, 씻지도 않고 방바닥에 한참을 앉아 있던 날이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일어나 좋아하는 복숭아를 먹으며 마음을 기록하고 나니 조금 나아진 것을 느꼈다.’가 눈에 들어왔다. 옴짝달싹 못 할 만큼 힘든 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이 책을 꺼내 들면 조금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추천사처럼 나도 나의 무기력함을 기록할 기력이 생겼다.



  무기력에서 벗어나려 할 때는 가장 먼저 ‘앞뒤 재지 않고 일단 뛰어들고 보는 아이의 마음가짐’이 가장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오늘 하루 있었던 일과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일기를 쓰는 것부터 시작해보라고 권한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할 이야기도 없을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글이 쓰고 싶어 졌고, 매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던 루틴을 다시 이어가고 싶어졌다. 이런저런 핑계와 변명을 대며 하지 않을 혹은 하지 못할 이유에 점점 빠져들어 무기력이 더해졌었다. 그런데 일단 다시 하자고 생각하니 하지 않을 혹은 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아이가 한참 자라나면서 일단 뛰어들고 보는 시기인지라 아이의 마음가짐으로 무기력을 벗어나라는 말이 더욱 와닿았다. 하고 싶은 일도 궁금한 일도 너무 많아서 잠이 잔뜩 밀려와도 잠이 오지 않는다고 버틸 만큼 기력이 넘치는 우리 아기. 위험한지 아닌지 어려운지 아닌지 이것저것 재지 않고 일단 해보려고 한다. 어쩜 저렇게 무모하고 용감할까 싶을 만큼. 나는 그런 마음으로 무언가에 도전해본 것이 언제일까. 오히려 아이의 도전을 나의 시선으로 통제하기 바빴다. 아이의 마음가짐과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본다면 조금 더 기력이 생기려나. 



오랜만에 글을 쓰다 보니 기력이 채워지는 기분이 든다. 

무기력함을 기록했으니, 다시 시작해보자.




전체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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