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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Nov 13. 2022

오늘도 점을 찍는다.

머나먼 우주의 별처럼.



끝까지 만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코로나를 만났다. 2022년의 끝이 다가오면서 11월의 시작을 힘차게 시작했건만, 이틀도 지나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가득하다는 사실은 어쩜 이리도 변하지 않는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무기력으로 이미 엉망진창이던 일상은 코로나 확진 후 더욱 구멍이 커졌다. 독서, 운동, 영어 공부, 글쓰기 등은 고사하고 식사를 챙기는 일조차도 버거웠다. 아이도 아프고 남편도 아프고 나도 아프니, 매일의 목표는 고열 없이 식사 잘하고 편히 잠드는 것. 딱 그것뿐이었다. 누워서 쉬고만 싶은데 육아는 해야 하고 요리는 해야 하는 현실이 서러울 정도로 아프고 힘들었다. 모든 일이 귀찮고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글쓰기도 멈췄다.


코로나가 지나가고 나니, 크게 구멍 난 일상이 보였다. 앓느라 사라져 버린 2주가 꿈같았다. 지나간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아쉽기도 했지만, 잘 먹고 잘 쉬면서 건강을 회복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대신 일상의 커다란 구멍은 다시 채우기 시작했다. 덮어뒀던 책도 펼치고, 넣어뒀던 운동 도구도 꺼내고, 미뤄뒀던 글도 썼다.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나 생각만 하지 않고, 그냥 늘 하던 일처럼 편안하게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 욕심내지도 않기로 했다. 할 수 있으면 하고, 할 수 있도록 노력하되 하지 못했다고 초조해하지 않기로.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 오히려 나를 괴롭게 하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에서 ‘미약한 점들을 계속해서 찍어나간다. 아무것도 안 했다고 생각했는데 선으로 이어진 순간 나는 무언가를 이뤄낸 사람이 된다.’라는 문장을 읽었다. 브런치 글쓰기도 블로그 포스팅도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점을 찍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이 점들이 이어져 선, 면이 된다. 그리고 멀리서부터 빛을 보내오는 머나먼 우주의 별처럼 오늘도 찍은 나의 점은 시간이 지나 어딘가에 닿아 빛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이 마음도 지워지지 않을 점으로 찍어두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찍어둔 점이 이어져 나만의 별자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더해서.


매일 1줄이라도 글을 써보자고 글쓰기 소모임을 만들었고, 길든 짧든 매일 글을 쓰려고 노력한 지 1년이 넘었다.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더 다듬어진 글이 쓰고 싶어 졌고, 다른 사람들의 글도 읽고 싶어졌다. 그렇게 브런치도 시작하게 됐고, 블로그도 다시 기록을 모으기 시작했다. 덕분에 브런치에도 블로그에도 나의 점을 계속해서 찍어나가고 있다. 그 점들이 선이 되어가는 과정 중 하나가 최근에 응모했던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내가 무슨 책을 만드는가 싶은 마음도 컸지만, 그저 꾸준하게 써온 글을 묶기만 해도 한 권의 책이 되었다.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의 문장처럼 아무것도 안 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무언가를 이뤄낸 사람이 되었다.





코로나로 아프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대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낫고 나면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는 일도 즐겁고, 일상의 구멍은 오히려 여유로 느껴졌다. 얼마 남지 않은 2022년 달력을 보며 조급해지던 마음이 차분해졌다. 급하게 무언가를 이뤄내려고 하지 않아도, 오늘도 콕! 찍은 작은 점 하나로 충분하다는 사실이 나를 위로해줬다. 그 점을 잘 찍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커다랗게 찍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조차도 매일 찍는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 나만의 점을 찍고 있다는 게 어딘가. 그냥 멈추지 않고 점을 찍으면 된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 그 지구 속의 나는 아주 작은 점이다. 그리고 나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우주의 별들도 티끌 같은 점처럼 보인다. 


그 점이 작게 보인다고 해서 그 존재 가치도 작은 게 아니듯, 

내가 찍고 있는 오늘의 이 점도 너무나 작지만 참 소중한 점이다.





*전체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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