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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Nov 28. 2022

오늘도 다짐한다.

제쳐두고 일단 쓰자고.


비밀스러운 나만의 일기장이 아니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공개적인 공간에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구나 자신의 글을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깔려 있다. 글에 대한 피드백도 더해진다면, 그 기쁨은 커진다. 브런치 글의 조회 수가 빠르게 늘어날 때마다 심장 박동도 함께 빨라졌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품고서 누군가의 피드백도 기다려졌다. 부족함이 가득한 글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읽으면서 귀한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를 바랐다. 눈에 보이는 수치에 바삐 움직이는 내 마음이 우습다가도 이런 긴장감과 재미에 글을 쓰나 싶기도 했다.


나를 위해 글을 쓰는 시간은 너무나도 소중하다. 나를 위해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아주 짧게라도 매일 그 시간을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몸과 마음이 지쳐도 글을 쓰고 싶었고, 글을 쓰고 나면 일상의 고단함이 녹아내렸다. 마음을 다해 쓴 글이기에 나의 이야기를 다른 이와도 나누고 싶었다. 나의 글이 그러하듯 다른 이들의 글도 그 속에 담긴 마음을 떠올리며 귀하게 여겨졌다. 여러 글을 읽으면서 더 많이 배우고 싶고, 피드백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 속의 나는 글을 쓰는 것은 고사하고 다른 사람의 글도 전혀 읽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한동안은 일부러 다른 사람의 글을 보지 않는다는 날도 있었다. 나는 왜 저렇게 글을 쓰지 못하는 건가 좌절하고 깜박이는 커서 앞에서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술술 잘 읽히고 쉽게 쓴 것만 같은데 그렇지 않은 내 글이 미워졌다. 내 글은 술술 읽히기를 바라면서도 다른 사람의 글은 읽고 싶지 않은 놀부 심보가 마음에 자라났다. 잘 쓰기 위해 더 많이 읽고 꾸준히 쓰며 노력해야 함을 알면서도 노력도 하지 않았다. 글쓰기든 읽기든 아예 활자를 보는 것조차 싫어졌다. 부정적인 감정의 씨앗은 아주 작고 작은 씨앗이라도 순식간에 싹을 틔워 커다란 나무로 자라 마음에 넓고 깊게 뿌리내렸다.


읽히고는 싶지만, 읽고 싶지는 않은 아주 고약한 마음이 생겼다. 부정적인 감정의 뿌리를 뽑으려 마음을 먹으니 어디부터 손을 대어야 하는지 막막했다. 읽기를 먼저 해야 할지, 글쓰기 연습을 먼저 할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 이리저리 기웃거리기만 했다. 그리고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일단 눈에 보이는 글부터 읽자고. 읽고 피드백을 하고, 그러다가 글이 쓰고 싶어지면 쓰자고. 세상에는 정말 읽고 싶은 글이 많고, 담아두고픈 이야기가 다양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내 글도 그런 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욕심이 커질수록 오히려 글은 잘 써지지 않았다. 몇 글자 혹은 몇 줄을 쓰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쓰고 싶은 말은 맴도는데 막상 글로 풀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아직 무르익지 않은 생각과 필력에 마음만 동동거렸다. 부정적인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을 때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글이 쉬이 풀리지 않아 답답했다. 잘 쓰고 싶다는 생각보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던 마음처럼 그냥 써보자고 생각했다.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다듬고 다듬어나가다 보면 글이 되지 않을까.


일기장이 아니라 공개적인 공간에 글을 쓰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본다. 나의 글이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읽히기를, 다른 사람과 글을 통해 소통할 수 있기를, 글을 쓰며 조금 더 성장할 수 있기를, 글쓰기가 취미가 아니라 파이프라인도 되어 주기를. 글 하나 쓰기 시작하면서 바라는 점은 하나 이상이 되어 간다. 고민만 하느라 글쓰기를 멈춘 사이에 브런치에서 알림이 왔다.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는 메시지를 또 받았다. 일단 쓰자는 다짐하는 글만 벌써 몇 번째인지. 입으로만 다이어트를 반복하듯, 글쓰기 다짐도 반복해본다. 다이어트도 글쓰기도 밥 먹듯이 다짐하고 작심삼일로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성공하리라.





 

(전체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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