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다 대고 운 걸까.

by 채송화

구청 복지담당자와 통화하다 말고 오열했다. 바쁘다고 빨리 끊어야 한다던 '목소리'가 당황했다.

나는 어디다 대고 운 걸까?


복지담당자는 우는 내가 얼마나 황당했을까. 울어서 죄송하고 수급자가 되어 고맙다는 말을 연발하며 끝내는 눈물이 터져 오열하는 이 '어머니'가.


담당자는 말했다. "어머니! 한 사람이라도 정신 차리셔야지. 그만 울고 얼른 맛있는 저녁 해 드셔!"라고 했다. 바쁘다며 사무적이던 담당자의 목소리도 끊을 때는 누그러졌다.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나의 적나라한 내력을 들여다보고 있다.

가난이 증명된 가정. 치매 걸린 '정신 못 차리는' 남편이 있는 여자야. 너라도 정신 차리라 한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떠난 유미를 찾을 길 없는 민호는 울음이 터졌다. 뭔가 붙잡고 울려는 민호는 삼촌 다리에 매달린다. 삼촌은 얼른 피하며 범이를 불렀다. 범이가 달려왔다. 민호는 범이를 안고 울었다.

복지 시스템은 붙잡고 울 누군가인가? 삼촌은 시스템이고 당장의 생계비는 범이다.

나는 어디다 대고 운 것인가.


설상가상 엎친데 덮친 격인가. 갱년기우울증으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으로 퉁치면 되는 건가.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아무 때나 아무대서나 아무 하고나. 눈물이 터지는 거라고.




귀한 맹꽁이가 울었다. 올해 첫소리다. 6월 16일. 언니는 전날 밤 처음 들렸다며 더 자세히 들어보려고 방죽에 간다고 했다. 나는 다음 날 점심에 들었다. 아침 내내 비가 오다가 산에 안개가 스멀스멀 올라갔다. 개려나 보다. 왱꽁 왱꽁 맹꽁이가 울었다. 소쩍새는 4월 19일. 꾀꼬리는 5월 초순. 뻐꾸기는 찔레꽃이 피는 5월 중순 울었다. 검은등 뻐꾸기도 딱따구리도 뒤를 잇는다. 미국 매미는 6월 29일에 먼저 처음 울었다. 우리 참매미는 7월 29일 처음 울었다. 8월. 처서에, 해바라기는 해를 향해 고개를 쳐들었다. 이두매미까지 울었다. 바람에 가을이 섞여 있다. 새벽 풀벌레 소리는 정겹다. 새소리 못지않게 고운 소리를 낸다.


소쩍새 울면 봄이 시작된다. 새소리 개구리소리 맹꽁이 소리. 다 운다고 말한다. 그런 울음은 예쁘다.

심지어 밤에 괴상한 소리를 내는 고라니까지도. 기다린다. 언제 왔지? 아 꼭 이맘때 오네. 신기하다.

기다리는 예쁜 울음.

1년의 가운데 토막. 4월부터 9월까지 온 숲이 들썩인다. 꽃이 피고 새가 울고 밤이 털썩 떨어지며 청설모까지 밤송이를 물고 끼리릭 분주하다. 그리고 또 내년을 기약한다. 해마다 들어도 좋고 이쁘다. 해마다 기다린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그랬다. 평생 피아노만 치면서 살고 싶다고. 나도 그렇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예쁜 소리만 들리는 숲 속에서 글만 쓰며 살고 싶다. 그런데 정작 내 눈물은. 기다리고 싶지 않다. 나는 울고 싶지 않다. 나는 어디다 대고 운 걸까. 내 울음을 누가 기다린다고. 내 눈물 핥아 주던 우리 퍼짐이도 오래전에 가고 없는데...

나는 어디다 대고 울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