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내 인생
처음엔 반가운 마음으로 따라 불렀다.
세상에 어쩜 저렇게 그대로일까?
내가 중학교 때 조용필 보러 체육관 갔다가 깔려 죽을 뻔했다며, 즐겁게 일화를 말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조용필 노래 부르다 말고 이렇게 울게 되다니.
무엇 때문에 울었을까.
저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그동안 뭘 했는가.
저렇게 감동을 주는구나,
저렇게 감동을 받는구나,
관객들의 표정이 내 표정이다.
나는 수건을 눈에 대고 왈칵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받아냈다.
울면서도, 들리는 노랫소리에 내 삶의 한 컷들이 스쳐 갔다.
작은 오빠 결혼할 언니를 처음 만났을 때 커피숍에서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가 나왔었지.
남편의 셋째 형을 만나고 올 때 <꿈>을 떠올렸지.
태양이 내리쬐던 과수원 울타리를 돌면서 <잊기로 했네> <난 아니야 꽃이 아니야>를 언니랑 불렀었지.
"네가 있음에 내가 있고" 나는 특히 이 부분이 좋다며, 노래방 가면 <남과 여>를 부르던 이십 대.
순간순간 조용필의 노래가 내 삶의 '사운드트랙'으로, 곳곳에서 시간의 재생버튼을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이 흐느끼는 내 어깨를 감싸준다.
"아이고... 우리 ㅇㅇ 세월 어디 갔나..."
남편이 한 번에 말해준다.
기억은 사라져도 감정은 남는다더니,
치매 남편이 내 마음을 알아준다.
내가 왜 우는지. 나보다 더 잘 알아차린다.
천애고아처럼 둘만 있던 추석.
생각지도 못한 '음악 복지' 덕분에
풍성한 내 감정의 시퀀스가 마구 흘러넘쳤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꿈'을 흥얼거려 본다.
이 세상 어디가 늪인지
어디가 숲인지
저기 저 별은 나의 마음 알까...
나의 꿈을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