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것>
종이도 울리지 못할 미세한 물방울은
고통스레 날 굽이는 것
<사랑의 가학성>
돌이라도 바다에 내던지면
정적인 바다라도 울겠지
<나침반, 고장>
끝없이 이끌림에 다가가려 하지만 도달할 수 없는 나침반을 보며 꿈을 꾸지 않았지만
강력한 자성을 가진 물체에 매료되어 고장이 난 나침반을 보며 꿈이란 걸 꾸고 있다.
<이르다>
이른 결말에 이르러 너에게 얼른 가니
이런 일에도 이루 말하기 힘든 행복에 겹다.
<뒤 돌아가기>
바다를 이어 호수를 넘어 시냇물을 지나 물줄기에 도달하니
물방울이 되고 돌아 도착한 곳은 너의 눈 봉우리였다.
<포기의 일련의 과정>
나는 하나의 벌의 형상을 띄고 있다
그렇기에 꽃과 벌과 같아 보인다
그 사이의 괴리감이 주는 환상이 있다.
<농담>
제가 농담을 이해하지 못한 건가요
당신이 이해하지 못할 농담을 한 건가요
<역함>
망상으로 널 게워내도
망각은 날 깨우친다.
<죽음이 이르어도>
평범하게 살아
평균에 들어
우스운 사랑에
갑작스런 죽음이 이르어도
볼품없다.
<영혼이 깃든 것들>
종이를 찢어 비명을 듣고
물을 엎질러 눈물을 보고
부싯돌을 때려 상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