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위험한 사치품
최근 개인적으로 영향이 컸던 일중에 르라보 사태라고 있었다.
(르라보 : 니치 향수 브랜드 중 하나로 국내에선 딥디크, 르라보, 바이레도 등이 유명한 편)
친구의 여자친구가 생일 선물로 르라보 향수를 사달라고 했는데,
이를 잘 몰랐던 지인은 이 작은 향수가 이렇게 비싸냐고 불평을 한 일이었다(35만원 정도)
이에 나는 르라보를 모르냐며 원래 비싼 향수라 핀잔을 줬고
개인적으로 조금 지난 브랜드의 느낌이 있어서 아직 르라보를 쓰냐고, 르라보는 여자들이 대부분 안다고 했다.
하지만 함께 있던 남자 지인들이 모두 르라보를 몰랐고
이에 대한 궁금증이 든 나는 쓰레드에 이를 질문했었다.
그리고 악플 폭격을 받았다.
니치향수 브랜드를 허세로 줄줄 외우는 사람이라거나,
그런 향수에만 자존심을 채우는 사람이라거나,
다른 사람들을 그런걸로 판단하는 사람이라거나,
이걸 모르는 게 당연하고 아는게 특이한 건데 오판이 심하다거나.
너무 낯부끄러운 이야기였다.
사실 나는 브랜드 마케터 출신에
여초 회사를 다녔고 지인도 여자들이 많은 편이라
다른 남자들보다 이런 향, 브랜드에 관심이 많았다.
각자의 생각의 범위가 다른 것인데 이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 혼자만의 판단으로 사람들을 색안경끼고 바라보고 말았다.
그 이후 나의 소비 패턴이 바뀌었다.
'하나 사는 것 좋은 것 사야지'
'충전기는 OO이지, 기왕 사는김에 좋은거 사서 오래 쓰자. 와 10만원 비싸긴 한데.. 그래도!'
'바지는 OO이지. 근본이고 감성이잖아. 이런 걸 입어야 오리지널리티를 아는 사람이야.'
에서
'이런 것 알고 사서 뭐하지?'
'퀄리티는 오히려 최근 나온 제품들이 더 보완해서 나온 것 같은데..?'
'OOO으로 대체제가 나왔는데 사람들이 알아보기는 하나?'
로 변했다.
제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제품 하나하나는 나름의 이유가 있고 감성이 있고 합리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결국 나도 '남들이 알아봐줄거란 기대'로 소비를 했던 것이었다.
결국 나만의 세상에서 남들이 알아봐줄거란 기대를 가졌지만,
사실 나도, 남도 자기만의 세상에 머물러 있다.
내가 타인을 알아볼 생각도 없이, 나에게만 치중하고 있었고
남을 알아보자는 생각이 아닌 나를 사치품으로 휘감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만의 취향과 식견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더 잘 아는 것을 만드는 것도 매력적인 포인트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남에게 보이기 위함인지,
내가 정말 좋아해서 소비할 수 있는 몇가지 포인트인지 꼭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실 엄청 좋아하지도 않지만,
남들 다 쓴다고 생각해서 굳이 큰 돈을 지불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