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을 그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에 마주한, 부러웠던 '그' 사람

by 아비치크

-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냈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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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왠지 조금 더 춥고 조금 더 조용한 크리스마스였다.

몇년 전부터 조용해졌던 캐롤은 자취를 감춘 듯 했고


모두가 축복하기 보다는 그저 조용히,

가장 가까운 이들과 보내는 게 추세가 되어 버린,

누군가는 1년 내내 기다렸을 크리스마스.




배고픔보다 기쁨이 가득했던 크리스마스의 점심,

오래 전부터 예약한 식당의 테이블에서는 우리 외에 많은 이들이

약간의 설레임과 긴장감을 갖고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픈 후 첫 시간대였기에 준비하는 사장님을 흥미롭게 쳐다보던 중

가득찬 식당 속 눈에 띄는, 비어 있던 단 한 자리가 보였다.


그저 시간이 일찍이었겠거니,

준비된 스푼과 젓가락이 누군가를 기다리리고 있다 알려줬기에

남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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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나온 따뜻한 녹차는 조금은 얼어있던 몸을 녹여줬고,

전채 음식이던 소고기 타르타르는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느껴지는 순간 순간 속에서,


비어있던 자리의 스푼과 젓가락은 주인을 계속 찾지 못했다.


옆에 앉아 있던 잘생긴 청년은 그들의 기다림을 모르는 듯이

넉살 좋은 웃음과 함께 음식을 받았고,

미식가처럼 식사에 집중하며 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빈 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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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커플들의 날로 소비되는 크리스마스.

심지어 오마카세라는 기념일 음식을 혼자 행복하게 즐기는 청년에게서,

나는 눈길을 떼기 어려웠다.


특히 도드라진 것은 그의 태도였다.

겸손하고 예의 바르지만 당당하고 웃음기 머금은 태도를 잃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의 얼굴은 조금의 광채를 띄고 있었고,

이상하게도 자꾸 눈이 가는 사람이었다.


조금은 큰 후토마키를 한입에 넣으며 행복해 했고,

사시미를 하나 하나 관찰하고 입에 머금으며 바다를 품었다.


식사를 신중히 고르고 차를 마시며 조금도 서두르지 않는 모습은 기품있어 보였다.


그는 그렇게 어쩌면 많은 이들의 눈길을 받았을

그와의 식사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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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하는 식사가 이유 없이 나를 작아지게 만들 수 있는 날,

의식하지 않고 즐겼던 그의 식사의 맛을 더한 건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태도였다.


그의 자존감과 자신감, 그리고 여유는 어떠한 옷보다 반짝였고

스스로를 누구보다 빛나게 만들었다.


나였다면 그렇게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을까.


25일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을,

누구보다도 빛났던 자신과의 데이트.


수많은 사람속에서 도드라졌던 그의 여유와 자존감은

매년 있을 그의 크리스마스를 더욱 더 빛나게 할 것이고,

그때 함께하는 여성분이 반할 최고의 매력 포인트일 것이다.


함께 했던 사람만큼 인상 깊었던 25일의 그 분,

많은 생각을 전해줘서 고맙고, 멋지고, 부럽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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