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지키려다가 모두를 잃기 전에 할 다짐
"여러분을 잃을 각오가 되어 있어요."
최근 적지 않은 압박감에 몸부림치는 나를 발견한다.
새롭게 맡게 된 '조직장'이라는 역할이 내게 꽤 큰 부담이었나 보다.
왜 이토록 부담스러운지 고민해봤다.
그 누구도 내게 과도한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새로운 역할에 충실하기를,
그리고 지금껏 잘해왔듯 잘 해낼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좋은 사람이라 평가받는 파트원들 속에서,
왜 나 혼자 이렇게 힘들어 하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너무 소중한 것을 잃을까 두려웠던 것 같다.
함께 웃고 즐겨주는 사람들이, 지금의 이 모든 관계가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나는 이 관계를 지키기 위해 나 스스로 소심해졌고,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조직장이란 자리는 처음이어서 나는 위에서도 여전히 아래에서처럼 행동했다.
나의 그런 모습에 사람들은 걱정했고, 부담을 느꼈으며 혼란스러워했다.
그래서 이제는 모두를 잃을 각오를 해보기로 했다.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그들에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리고 회사 안에서는 그래야 함을 알기에,
앞으로는 더는 망설이지 않으려 한다.
그들의 눈치를 보며 모두를 잃지 않으려는 마음 대신,
차라리 그들을 잃을 각오로 회사인으로서 당당하게 마주하기로 했다.
혹시 다시 흔들리는 날이 온다면, 오늘의 이 글을 다시 읽어보리라.
그렇게 나는 이 새벽, 소중한 사람들을 잃을 각오로 고민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