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엇, 읽기를 멈추게 한 문장들

<해리엇> 읽기 2장에서 5장까지 (2)

by 강승숙

국어시간이 오면 <해리엇>을 들고 어린이 앞에 선다. 동화를 읽기 시작한다. 느릿느릿 읽는다. 나 혼자 쉬엄쉬엄 읽기도 하고 어린이들끼리 읽게도 한다. 내가 더 많이 읽어준다.

선생님은 여러 인물의 대사를 오고 가면서 목소리를 바꾸어 읽어주셨다. 그래서 책에 더 집중되고 흥미를 가진 것 같다. 친구들끼리 돌아가며 대사를 읽어보았는데 은우가 해리엇의 목소리와 정말 맞고 어울린다는 것을 알았다. 책을 잘 읽지 않았는데 꽃씨반에서 책을 읽다 보니 스스로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게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해리엇>을 읽을 때 슬프고 행복하고 기쁘고 놀랍고 신기한 여러 감정을 다 느낀 것 같다. 너무너무 재미있었다.(남춘천초 5학년 신유나)


느리게 읽는 사이 어린이들은 독서록에 인상 깊은 문장을 쓰거나 궁금한 걸 쓴다. 느낌도 쓰고 짝토의도 한다. 연극을 하거나 주인공을 위로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한다. 뜻이 또렷하게 들어오지 않는 호락호락, 같은 낱말이 나오면 뜻을 찾아보고 독서록에 쓴다. 이렇게 <해리엇>을 읽어갔다.


2장 원숭이 찰리

2장에는 원숭이 찰리가 동물원으로 들어오게 된 서사가 담겨있다. 1장에서 보여주었듯 사람의 열쇠를 손에 쥐고 대담한 작전을 감행할 만큼 성장한 찰리는 숲에서 살다 동물원으로 잡혀오면서 엄마와 떨어지게 된 시린 기억이 있다.


중요한 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거야. 어차피 네가 살았던 숲도 원숭이의 세상이 아니라 사람들의 세상이거든.(19쪽)



어린이들에게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문장이다. 아무리 도망가도 사람들 세상에 속해 있는 동물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런 문제에 맞닥뜨리면 어린이들은 감정이 앞서기 쉽다. 짝토의 시간을 주면 종종 사람들이 나쁘다, 동물이 불쌍하다, 동물원이 없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어린이들이 있다. 이럴 때 조금 더 생각할 수 있는 자극을 주면 좋다. 한걸음 더 들어가 고민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 어린이는 독후감에 이렇게 쓰고 있다.


생각을 해보면 우리 인간들은 늘 동물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 같다.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을 데려와 집에서 키우는 것도 동물들은 가족을 떠나온 것이기 때문에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먹는 육류, 즉 대표적으로 돼지고기 소고기 등은 돼지나 소를 농장에 가서 잡아서 고기로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도 돼지나 소가 본인이 원한 것은 아니었으니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보면 평소에 우리는 여러 모로 동물들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인간도 자유를 누리고만 사는 것은 아니다. 인간들은 시간과 법, 그리고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에 쫓기며 살고 있다. 대부분 모두가 이렇게 살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동물들도 인간들도 완전한 자유를 얻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점들은 좀 슬픈 것 같다. (남춘천초 5학년 안소윤, 해리옷 독후감 부분)


읽기를 마치고 핵심어 고르는 시간을 가졌다. '길들여지다'를 고른 어린이는 자유를 원했던 원숭이, 동물들 모두 인간이 주는 먹이와 제공하는 집이 편해서 계속 있겠다는 걸 두고 인간의 힘이 대단하다고 했다. 그 대단함을 알았으니 대단한 힘을 조율하고 통제하는 걸 배워가면 되는 것이다.




3장 사람의 집

이 장은 모둠 친구들끼리 읽도록 했다. 어린이들은 어머니와 찰리, 테드, 해설 등으로 역할을 나누어 읽었다. 숲과 동물원만 경험한 찰리는 드디어 사람이 사는 생활공간, 집으로 들어온다. 이제부터 사람의 방식으로 길들여져야 한다. 찰리는 낯설고 두려운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사람들의 시도를 거부한다. 자신의 주인인 소년 테드와 심리적, 물리적 힘겨루기를 한다. 물론 소용없는 일이다.



찰리는 방 안 가득한 어둠을 지켜보며 오늘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생각했다. 순식간에 모든 것이 변해 버렸다. 어젯밤에는 별을 보며 엄마 품에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사람의 아이가 잠들어 있는 침대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30쪽)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거나 당연하다고 여겼던 애완동물과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사람은 동물을 키울 때 자신의 방식으로 동물을 세탁해서 일상에 적응시켜야 한다. 하지만 야생의 동물은 그 법칙을 이해하기 힘들다. 작가는 이러한 동물의 처지를 원숭이 찰리의 심리를 통해 섬세하게 표현했다. 마치 사람처럼 느끼게 한다.


동물원에 가서 동물들을 꽤 많이 보고 공지천을 지나다니며 애완견도 보았다. <해리엇>을 읽기 전에는 그저 애완견을 사람이 키우는 동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해리엇>을 읽다 보니 동물의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책을 읽는 중 '육림랜드'에 갔다. 거기 있는 호랑이를 보며 '얼마나 스트레스일까,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됐을까?'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내가 내린 답이 맞다면 호랑이는 찰리처럼 사람에게 잡혀왔을 것 같다. (남춘천 5학년 김리원)


책을 읽기 전이었다면 놀이공원에 가서 동물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 문제에 대해 선생님과 친구와 토의하고 자신의 생각을 독서록에 쓰면서 생각이 더 깊어진 것이다. 이제 동물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 것이다.


우리는 3장에서 찰리의 감정을 동그라미를 그린 뒤 색을 칠해 표현해 보았다. 검정을 칠한 어린이는 찰리의 머리가 복잡할 거라고 썼다. 파랑을 칠한 어린이는 찰리가 무서워하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했다. 찰리를 위로하는 선물을 그려보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그려 주고 싶다고 한 어린이는 찰리가 찰리 엄마와 서로 연락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찰리 엄마는 이야기가 끝나도록 등장하지 않았다. 어린이들 중 몇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찰리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3장을 다 읽고 인상 깊은 문장을 골랐다.

▪어젯밤에는 별을 보며 엄마품에서 잠이 들었다.... 찰리가 안쓰럽게 느껴졌다.(김설)

▪물에 대한 공포가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찰리가 물을 싫어하는 게 느껴지고 찰리가 불쌍하다.(정예린)

▪그냥 배가 고프고 엄마가 보고 싶었다.... 찰리가 좀 안타깝다. 사람의 눈이 섬뜩하다고 했는데 찰리가 얼마가 사람을 무섭게 느꼈는지 알고 싶다. (박준우)

▪거울 속에 있는 원숭이가 반갑게 느껴졌다.... 찰리가 자신 말고도 또 다른 원숭이가 있다는 것에 걱정도 덜 되고 친구가 있다는 생각에 반갑게 느낀 거 같다. (민규리)

▪아이의 살갗을 누른 손에 힘을 더 줘야 할지 빼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숲에서 살던 것과 달라서 판단이 쉽게 서지 않은 거 같다.


4장. 동물원

원숭이 찰리는 동물원 주인을 아빠로 둔 테드 덕분에 동물원 구경을 한다. 앞날에 대한 불길한 암시일까, 무시무시한 개코원숭이와 그를 추종하는 무리를 만나게 된다. 개코원숭이 스미스와 눈이 마주쳤을 때 찰리는 등에서 소름이 돋는 걸 느낀다. 어린이들은 페이지의 삽화를 보고 찰리의 감정을 읽고는 저마다 뭔 일이 일어날 거 같다는 예감을 했다. 다행인 건 여기서 앞으로 찰리의 긴 여정에 벗이 될 분위기 좋은 인물들도 만난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기서 찰리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인물, 170살이 된 거북이 해리엇을 만난다. 잠을 자듯 눈을 감고 있던 해리엇은 기척을 느끼고는 눈을 뜬다. 찰리를 보고는 안녕, 친구라고 말한다. 찰리가 동물원 구경을 마치고 테드와 함께 문을 나서는 순간 다시 해리엇이 말한다.


- 찰리, 이곳은 사람의 세상이야. 모든 것이 다르지. 하지만 넌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사람의 세상이라는 낱말이 여러 차례 나온다. 문명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써간 듯하다. 사람처럼 움직이고 말하고 쓰고 읽고 지배할 수 없지만 사람보다 오래 사는 거북이를 통해 무언가를 전하고 싶은 듯하다.



5. 또다시 이별

예상대로 찰리는 주인 아이 테드와 이별을 한다. 테드가 멀리 학교를 가야 해서 집을 떠나게 된 것이다. 아이만큼 원숭이 찰리를 사랑하지 않았던 테드 부모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찰리를 동물원으로 돌려보낸다. 찰리는 사람과 살아온 덕분에 사람의 말도 조금 알아듣게 되었고 사람과 사는 방식 또한 어렵지만 애써 익혔다. 그런데 다시 동물원으로 가게 되었다.



찰리는 동물원에 맡겨지면서 잠시 사육사방에 있게 된다. 이때 사무실 벽에서 열쇠꾸러미를 본다. 하나는 실내 우리의 중앙문을 여는 열쇠이고 다른 하나는 각 동물의 우리로 가는 열쇠이다. 찰리를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육사가 문을 여닫는 과정을 지켜보았고 열쇠꾸러미를 몰래 움켜쥐게 된다. 또 하나의 복선이다.


5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제를 두고 생각해 보았다. 두 가지 골라서 질문지를 만들었다.

-인상 깊은 문장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가장 중요한 문장 고르고 이야기 나누기- 핵심과 주제

-찰리에게 닥친 어려움에 대해

-찰리가 두려워하는 것?

-테드네 가족이 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에게 중요한 문제를 부모님이 결정해서 속상한 적이 있나요?



5장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정리해 보았다.

• 5장에 어울리는 시 고르기 : 외운 시에서 골라 찰리의 상황에 맞게 바꾸어 시 낭송하며 찰리 위로하기

• 5장에 이르기까지 찰리 여정 탐구: 냄새와 소리 감정으로 표현하기(목욕탕 비누 냄새, 엄마 냄새, 숲 냄새, 오물 냄새, 들은 소리, 그리움, 두려움, 편안함)

• 자음으로 인상 깊은 장면 찾기

ㄱ-그리운 엄마를 일 년이나 못 봤다

ㄴ-너무나 다정하게 위로를 준 해리엇

ㅌ-테드는 약속을 지킬까


5장 읽기를 마치고 동물원에 다시 돌아온 찰리에게 주는 위로의 낱말을 골라 보았다.

▪엄마의 품-찰리가 힘들 때 엄마의 품을 생각하면 나아질 거 같다.(김민재)

▪엄마-찰리를 가장 안정시킬 말을 떠올리는데 내 생각에는 ’ 엄마‘라는 말이 가장 안정을 줄 거 같다. 나도 엄마를 생각할 때 안정이 된다. 아닐 때도 있지만 찰리는 엄마 품에서 가장 안정이 되었다.(김설)

▪숲-엄마와 함께 있던 숲을 떠올리며 찰 리가 용기 있게 살았으면 좋겠다.(민규리)

▪사랑-찰리는 솔직히 한 번도 충분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거 같다. 찰리에게 사랑의 온기를 전해주면 찰리에게 큰 힘이 되어서 동물원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거 같다.(유예은)


어린이들은 읽기를 더할수록 이야기에, 인물에 깊이 다가갔다. 인물의 지난한 여정에 연민을 느끼며 응원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구와 인간, 동물의 존재와 관계에 대해 조금씩 모색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책임이나 문제가 아닌 자신과 관련된 문제로 고민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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