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구나 하는 그 진로 고민 뭐가 그렇게 유난인가요?
요즘은 퇴사가 유행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한다. 이 글을 쓰는 나도 2년 전 퇴사를 했다. 사람 구실을 하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직업이 없다. 그동안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공모전에 참가하면서 간간히 수입이 발생하긴 했었지만 직업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그렇다 해도 다시 회사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나는 ①내가 잘할 수 있고 ②나의 모든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진로 탐색은 사치스러운 고민이 될 거란 생각으로 더 늦기 전에 퇴사를 결심했다. 한 우물을 찾으면 제대로 팔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우물이 내 우물인 걸까?
돌이켜보면 단 한순간도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다들 커리어가 쌓여 직급을 달 시기에 나는 뿌리내릴 곳조차 찾지 못한 가벼운 민들레 홀씨 신세였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불안감이 심해졌고 앞 날은 깜깜했다.
할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생각에 집에만 있어도 하루가 짧게 느껴졌다.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더 쉬지 못하고 뭔가라도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았다. 노력해보던 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나와 잘 맞지 않음을 직감하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심리학에서는 나 같은 사람을 적합 이론가(fit theorist)라고 구분한다.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퍼트리샤 첸 박사에 따르면 적합 이론가는 적성에 맞는 일을 할 때만 열정이 생기는 타입이다.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들은 커리어 초반에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적합한 일을 찾게끔 직무나 직업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여러 번 주어져야 결국 최적의 일을 찾고 몰입한다. 반대의 개념인 개발 이론가(develop theorist)는 무슨 일이든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여정에서 자신의 적성을 개발하고 열정을 찾는 타입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에는 개발 이론가의 비중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누군가 보기엔 '먹고사는 게 우선이지 무슨 적성을 그렇게까지 찾는다고?'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소 늦은 서른 살을 기준으로도 최소 30년 이상을 일하게 된다. 전문성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10년을 몰입해도 지치지 않는 일을 찾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보면 안다고 우선 뭐든 해 보기를 강조한다. 행동력이 기본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이도 어리지 않고 여러 번 직업을 잘못 골라 몇 번째 원점으로 돌아온 거라면? 이쯤에서는 제대로 된 나 분석과 전략이 필요하다.
2년 간 진로를 고민하면서 나는 진로 고민의 달인이 되었다. 5년 동안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한다. 나는 2년이나 풀타임으로 진로를 고민했다. 그 말은 2년 동안 나를 공부했다는 뜻이다. 요즘처럼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그러기도 쉽지 않다. 그만큼 진로를 찾는 일에 진심이다. 좋은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 만큼 반드시 적성에 맞는 퍼즐을 찾을 것이다.